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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선악이 한데 뒤엉킨 ‘아비규환’, 박찬욱식 하드보일드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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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50) 복수는 나의 것

감독 박찬욱(2002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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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2002)은 박찬욱 감독이 그의 세번째 장편,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2000)로 비로소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둔 뒤 선택한 ‘복수 3부작’ 프로젝트의 첫 영화다. 박찬욱의 미학적 지향점이 선명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할 뿐 아니라 우리 영화사에서 이전까지 생소했던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훌륭하게 성취해냄으로써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주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류(신하균)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며, 신장이 안 좋은 누이를 돌봐야 하는 공장 노동자다. 극의 초반부, 카메라는 여자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하는 옆집 청년들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시선이 류의 집으로 옮겨오면서 그것이 사실은 류의 누이가 아파서 절규하는 소리였음이 밝혀지는 장면, 그런데 정작 같은 공간에 있는 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태연하게 라면을 먹는 모습의 부조리함은 비정함, 참혹함, 공포 등의 감정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 실직과 장기밀매 사기를 거의 동시에 당하게 된 류는 누이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자친구 영미(배두나)의 말에 따라 동진(송강호)의 딸을 유괴한다. 그러나 류가 누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이 동진의 딸이 사고로 죽게 되자, 동진의 복수와 류의 복수가 뒤엉킨다. 악덕 공장주인 동진이 피해자가 되어 류를 쫓고, 불우한 장애인 류가 냉혈한 살인마로 변하는 후반부는 아비규환의 신세계다. 피비린내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 채 (죽은) 영미의 복수가 대미를 장식하고 나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나 긍정 따위는 사라지고 만다. 불완전한 존재들의 부적절한 복수, 불균형한 인과응보야말로 ‘복수 3부작’의 골자다.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의 감동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이 작품에 적잖이 배신감을 표했지만 이듬해 개봉한 두번째 ‘복수 연작’ <올드보이>(2003)는 문화예술계에 혁혁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박찬욱 스타일에 대한 중독은 <복수는 나의 것>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윤성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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