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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인생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아, 덤덤하게 담아내 가슴이 더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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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70) 와이키키 브라더스

감독 임순례(2001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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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이얼)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리더다. 학창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던 그는 좋아하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걸어왔지만 불경기 탓에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성우는 ‘정석’(박원상)과 ‘강수’(황정민)를 데리고 군 제대 뒤 10년 동안 가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로 내려간다. 거기에는 예전에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들이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는 얼핏 꿈에 관한 영화 같지만 사실은 현실, 더 정확히는 ‘꿈의 현실’에 관한 작품이다. 때는 외환위기의 시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멤버가 일곱명에서 세명이 되고, 그마저도 여자 문제와 대마초 때문에 한명 한명 줄어가는 사이, 음악을 택하지 않은 친구들 또한 남편과의 사별, 친구와의 갈등, 정리해고 등으로 아픔을 겪는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 보이는 사람은 없다. 꿈을 선택한 이들도, 그러지 않은 이들도 타인이 재단할 수 없는 삶의 질곡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함부로 행복에 대해 질문하기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고 다독인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클로즈업도, 카메라의 움직임도 거의 없는 건조하고 덤덤한 화법으로 진행되지만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숏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제 여수까지 내려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학창 시절 성우가 좋아했던 인희가 합류해 밴드는 세명이 된다. 다시 일곱명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무대에 선 멤버들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따뜻한 작품이다.

임순례 감독의 초기작인 <세 친구>(1996)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은 비록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강한 흡인력과 특유의 유머감각, 모던한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대중이 사랑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이 빚지고 있는 작품으로서의 의의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윤성은/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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