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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일본 對韓 수출규제 후 첫 정식 양자협의 11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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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절차 일환…규제 이후 100일만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단행한 뒤 처음으로 한·일 양국 간 정식 협의가 11일 열린다.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건에 대해 두 나라가 양자 협의를 하는 형식이다.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일환으로, 양자 합의가 결렬되면 WTO가 사건을 심리하는 패널을 설치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 9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소재 3종 수출규제를 놓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것에 대해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자 협의를 연다고 10일 발표했다. WTO 규정은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선 양자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먼저 당사자 간에 협의를 한 뒤,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WTO가 일종의 ‘재판정’인 분쟁심판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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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전략실장을 비롯한 한국 정부 대표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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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일 양자 협의는 지난 7월 4일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 및 기술 이전에 대해 개별 허가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공식 협의다. 7월 4일을 기준으로 100일만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직후 7월 14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과장급 실무회의의 경우 일본 측은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입장이었다.

이번 협의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국장급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대표를 맡는다. 일본측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에 관련 업무가 나누어져 있어, 어느 쪽에서 나올 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25일 열린 WTO 일반이사회의 경우 한국은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일본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대사와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 등이 참석했다.

WTO 제소는 먼저 사전 단계로 양자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통상 문제에서 한 쪽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 먼저 ‘합의’를 하도록 노력한 뒤, 일종의 ‘재판정’인 WTO 심리를 받으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9월 11일 WTO 제소와 함께 일본에 양자 협의 요청서를 발송했다. 피소국이 양자 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을 해야 하고, 양자 협의에 응할 경우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 후 30일 이내 개시하도록 돼 있다. 일본은 회신 기한을 하루 남겨 둔 9월 20일 양자 협의에 응하겠다고 답했고, 협의 날짜도 요청서 발송 후 30일이 지난 11일로 정했다.

통상 WTO 분쟁에서 양자 협의는 한 차례 정도만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양자협의에서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WTO에 제3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분쟁처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양자협의를 포함해 패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5개월 정도 걸린다. 패널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가면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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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열흘 뒤인 7월 14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과장급 실무회의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종이를 화이트보드위에 붙여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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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7월 4일 이후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개별 허가제로 전환된 3개 품목 가운데 실제 허가를 내준 것은 10월 4일 현재 7건에 불과하다. 포토레지스트 3건, 고순도 불화수소 3건, 불화폴리이미드 1건 등이다.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한 달여만인 8월 7일, 고순도 불화수소는 거의 두 달 만인 8월 말, 불화폴리이미드는 9월 중순 각각 첫 대한 수출 허가를 내줬다. 고순도 불화수소 가운데 반도체용 불산액은 단 한 건의 수출 허가도 발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 1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유엔 무기금수국가에 적용되는 9종의 서류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서류를 제출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의 서류보완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보다도 더 차별적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국가 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본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森田化学工業)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9월 중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제 다시 10월 중에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한시라도 재개해 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불화수소 업체 스텔라케미파도 "10월 4일까지 수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며 "계속 심사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양자협의 수락에 대해 양측이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WTO 과정에서 피소국이 양자협의에 응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향후 WTO 분쟁처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커 양자협의 만으로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4일 니혼게이자이에 "(수출허가와 관련해) 하나하나의 안건마다 대응한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며 개별허가제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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