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열파, 남프랑스 46℃…미·일도 신기록
전문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추세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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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올해에도 지구촌 북반구의 여름에는 또다시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후과학 연구소인 ‘버클리 어스’가 올해 5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넉 달 동안 세계 전역의 기상관측 기록을 분석해보니, 북반구의 29개국에서 사상 최고기온이 무려 396차례나 경신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측정기간의 범위를 좁힌 월 최고기온 기록은 무려 1200여 차례나 새로 쓰였다. 비교·분석에 쓰인 데이터는 관측 기간이 최소 40년이 넘은 북반구의 기상 관측소들의 측정치를 포함하고 있다.
올여름 지구촌 폭염은 특히 더위가 일찌감치 시작된 유럽에서 극심했다. 사상 최고기온 기록 경신의 약 3분의1은 독일에서 나왔고, 열파 주의보까지 발령했던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7월 말 프랑스 남부 지방에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6도를 기록해, 기존의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파리의 사상 최고 기온이 42.6℃로 경신된 것도 이때다. 버클리 어스의 로버트 로데 박사는 <비비시>에 “유럽의 일부 지역은 기상관측 역사가 150년이 넘는데, 지금도 사상 최대 기록들이 고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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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만 불볕더위에 신음한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관측사상 최고 기온 신기록이 30여 차례나 깨졌고, 일본도 역대 최고기록을 10번이나 고쳐 썼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여름 최고 기온의 관측 기록 횟수가 경신된 것은 2003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 째다. 이는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의 장기적 추세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로데 박사는 “지구가 더워짐에 따라 기상관측소들이 사상 최고 신기록을 관측하는 게 쉬워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세계 전역에 있는) 기상관측소의 약 2%에서만 역대 최고기록을 관측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올해의 경우처럼, 5%가 넘는 관측소들이 사상 최고 측정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특히 유럽 지역의 이상 고온은 이례적으로 사하라 사막의 열파가 북아프리카와 지중해를 건너 유럽 본토까지 밀어닥친 영향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기상관측소가 많은 것도 관측기록 경신에 한몫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로데 박사는 “기후변화는 폭염기에 불볕더위의 강도를 더욱 높이며, 매년 모든 것에서 신기록이 나오진 않을 수 있으나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짚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변화연구소의 프레데리케 오토 소장도 “올해 7월 서유럽에 닥친 열파는 기후변화 없이는 일어나지 않았을 만큼 너무나 강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은 <2019년 7월 서유럽 열파 신기록 갱신에 인간이 미친 기여>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사이(2003, 2010, 2015, 2017, 2018, 2019년) 유럽에서 분석된 모든 열파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과 강도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2019년 여름에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닥친 고온은 인간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 일어났을 가능성이 극히 작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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