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단지 간 시세 차 커 민감한 서울 강남 등 논란 차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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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달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도 상한제 시행 관련 부처 간 협의 등을 진행하는 동시에 '10·1 대책'을 통해 발표한 상한제 시행 방안의 후속 조치 마련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9일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선정 방향과 관련해 "동(洞) 단위 핀셋 지정의 경우 단지 간 형평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동별·단지별 시세 차이가 커서 민감한 서울 강남권 등에서 거론될 수 있는 형평성 문제의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의미다. 상한제 시행 반대 논리로 제기될 수 있는 관련 논란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국토부의 의지도 담겼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규제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등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에서 발표된 전방위 금융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면, 올해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한 분양가 상한제는 이후 3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일제히 상승세로 돌려놨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 7월 0.07%, 8월 0.14%로 전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앞서 1분기(-1.08%)와 2분기(-0.42%) 모두 하락세였으나 3분기 들어 상승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소식이 한몫했다. 향후 새 아파트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청약시장 과열로 이어졌고, 신규 입주 아파트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기존 강남권 대장주 아파트들도 편승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7㎡)는 지난달 32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원을 호가했다.
정비사업 단지들은 사업 속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으나, 최근 정부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진정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내년 4월까지다.
이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여력이 있는 단지들은 입주자모집공고까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적용받지 않는 정비사업 단지는 서울 기준 61개 단지, 6만8000가구 수준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전한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지난 1일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 발표에서 "이번 유예기간 적용으로 공급 위축을 최소화했다"며 "오히려 지연됐던 분양이 앞당겨져 공급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한제 실제 적용 시기 및 지역이 아직 미정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동 단위' 등으로 핀셋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그에 앞서 시장 상황 점검이 선행될 예정이다. 점검 결과를 놓고 정부와 시장의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동별 규제와 관련해 "일부 지역이 아닌 전체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핀셋 규제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과열이 재현될 경우 보다 강력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계속 개입할 것이란 의지만 내비친 셈이다. 동시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및 단지가 선정되면 유예 단지의 추가 상승에 되레 힘이 실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요 억제책만 내놓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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