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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용준 기자] 아마 7전 8기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e스포츠에서 유독 ‘불운’이 따라다닌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이 시람이다. 프로게이머 데뷔 이후 항상 그에게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말은 ‘운이 없다’였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능’과 ‘노력’면에서 세간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선수 시절은 유독 빛을 내지 못했고, 해설로 전향 이후에는 직장이 문을 닫는 암담한 현실이 계속 됐다.
홍진호 이두희 등 믿고 따르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악운’도 결국 그의 노력에 마침표를 찍고 이제는 한국 e스포츠 업계의 선도기업의 대표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바로 스틸에잇 서경종 대표의 이야기다.
포기를 모르는 청년, 질긴 e스포츠와 인연
지금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기 e스포츠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이지만 초창기에 가장 독보적인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였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조작의 창시자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는 저그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기막히게 뭉쳐 다니면서 상대를 얄밉게 솎아내는 ‘뮤탈리스크 뭉치기’로 저그는 개인리그에서 한 때는 숙원과 같았던 개인리그 우승자들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자신 보다 남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뮤탈리스크 뭉치기’는 아쉽지만 그 감각은 함께 한 동료들에게 확실하게인정받았다. 프로리그에서는 특급 스나이핑 능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리그에서는 9년간 메이저 무대에 올라온 온 횟수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잘 풀리지 않았다.
저그 출신 선수로 최초 해설위원의 타이틀을 달지만, 그 마저도 쉬운 길이 아니었다. MBC게임이 MBC뮤직으로 전환되면서 그의 해설자 길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02년 발을 들인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군 제대 후 홍진호가 기획했던 ‘스타파이 널포’의 해설자로 돌아오면서 e스포츠와 인연을 이어가게 되고, 홍진호와 함께 스틸에잇의 전신인 콩두 설립자의 설립자가 됐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지난 감회를 묻자 서대표는 화살 같이 지나간 날들을 돌아봤다.
“일단 5년이 너무 빨리 갔죠. 사업을 시작하면서 큰 계획을 생각하고 세웠던 것은 아니었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네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생전에 해주셨어요. 힘든 순간 마다 그 말씀을 떠올리면서 도전했어요.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걸 못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패배자의 느낌으로 주저앉기는 싫었으니까요.”
떨쳐낸 시련의 그림자…한국 e스포츠 전문 기업으로 우뚝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을 도와주는 역할로 출발했던 스틸에잇은 어느새 연간 매출 100억원이 넘는 명실상부한 기업의 틀을 갖추게 됐다. 4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이제 45명의 직원과 50명에 가까운 인플루언서들이 함께 하게 됐다.
하지만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스타 파이널포’ 이후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성장 동력을 찾지못했고, 경영난과 함께 설립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9개월만에 대표로 취임하게 됐다. ‘스타 파이널포’가 초기에는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사업이 필요했다.
정말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수소문하고 고민한 끝에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중국 시장을 개척했던 초창기 3개월 간은 숱하게 발품을 팔아가면서 현재의 기반을 마련했다. 서경종 대표는 지난 5년을 ‘생존의 시간’이라는 말로 정리하면서, 자신은 ‘럭키 가이’라는 말로 회사 직원들에게 성장의 공을 돌렸다.
“돌아보면 매년 회사를 지키기 위한 생존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경영에 대한 위기가 왔을 때 등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는 끝이 없어요. 그래도 그 당시부터 새로운 사람들과 5년을 보낸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중국 시장에서 한국 e스포츠의 컨텐츠 가능성을 인정받자 투자도 성장의 가속도를 더 붙일 수 있었다. 스틸에잇의 성장에 넵튠 정욱 대표도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했다.
“회사 취지는 은퇴 프로게이머들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되었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이스포츠 업계도 점점 빠르게 커나가고 있고 저희도 한발 앞서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려고 했어요. 힘든 상황도 왔었죠. 그러나 그때마다 보이지 않지만, (비즈니스를) 하고 싶고, 회사의 비전을 믿었습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e스포츠 영역내에서 새로운 사업들을 만들어 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분명 회사의 규모는 커졌지만, 앞으로 훨씬 더 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계의 책임감이라고 해야 할지모르지만, 저희는 국내 e스포츠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관심과 투자 그리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우리가 안좋은 모습을 비춰진다면 외부에서 e스포츠에 대해 ‘안좋다, 거품이다’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지금보다 더 회사를 잘키워야 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e스포츠 선도기업을 꿈꾸다
지난해 콩두 컴퍼니에서 사명을 스틸에잇으로 바꾼뒤 서대표는 떠오르는 강호 그리핀을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리핀은 지난해 2017년 LOL 챌린저스 팀을 창단 후 단 1년만이라는 역대 챌린저스 승격팀들 중 유례없는 성과를 보이면서 LCK무대에 입성했다. 2018 롤챔스 서머 스플릿에서도 1라운드 1위,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을 거쳐 결승전까지 진출하면서 태풍의 눈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금년에는 두 차례 연속 결승진출을 하면서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리핀의 시장 가치는 이미 승강전을 앞둔 시점부터 높아졌었다. 승격 이전 50억원의 가치 평가를 받았던 그리핀은 향후 80억원을 넘어 100억원이 넘는 가치까지 평가가 올라갔다. 그리핀에 구체적인 인수 제안을 했던 곳은 모두 8곳이었으나, 서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e스포츠 시장 내에서 가장 넓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회사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그리핀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고민을 짧게 한게 아니었어요. 게임단 사업을 오래하면서 내가 프로게이머 출신인데 여기에 대한 비전에 대해 매시간 고민하며 살았으니까요. 결정한 이상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길게 고민하고 빨리 움직였죠. 늦었다면 그 시점에서 한달만 지나도 그리핀과 딜이 성사 안됐을 수도 있었어요.”
이제 서경종 대표의 시선은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서경종 대표는 “회사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선두주자가 키우고 싶어요. 그 메인이 게임 팀 비즈니스죠. 한국에서는 LCK이지만 미래에는 글로벌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외 각 지역마다 인기종목에 따라 그 방향성에 맞춰 게임단을 만들 계획이에요. 타 종목들도 검토 중 입니다."
마지막으로 서경종 대표는 “프로게이머 시절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e스포츠에 있었네요. 그래도 e스포츠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e스포츠 산업 종사자로 e스포츠 산업의 성장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래도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시도로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질기게 따라붙던 시련들을 이겨내고 글로벌 e스포츠 기업의 강자를 꿈꾸는 서경종 대표가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기대된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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