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진압 탓 규모 줄어든 시위대, 동력 확보ㆍ전선 확대 부담
홍콩 경찰이 7일 몽콕 경찰서 앞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남성을 붙잡아 수갑을 채우며 길바닥에 꿇어 앉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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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가 9일로 꼭 넉 달을 맞았다. 당초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은 일찌감치 폐기됐지만 홍콩 정부와 시위대, 경찰 등 시위국면이라는 마차를 끄는 ‘3두’ 모두 충돌을 불사하며 벼랑 끝으로 질주하면서 폭력이 난무하는 과격양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주말 시위가 무려 18주째 지속되면서 이제 ‘뉴 노멀(New Normalㆍ새로운 표준)’이 됐다”라며 “서로 부딪치면서도 완전히 통제 불능으로는 빠지지 않는 상태에 홍콩 사회와 중국 정부가 익숙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권력으로 시위를 뿌리 뽑지 못하고, 반대로 시위대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파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불완전한 힘의 균형’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경찰은 6월 9일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2,363명을 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그중 절반은 최근 한 달 새 검거한 인원이다. 시위대와 경찰이 갈수록 거칠게 맞붙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5일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이후 이틀간 77명이 무더기로 붙잡혀 시위대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5일에는 지하철공사(MTR)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홍콩 전역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홍콩 정부는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시민과의 대화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꿔 긴급법을 발동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 정부의 진정성은 무너졌고, 시민들은 정부를 더 불신하게 됐다. 람 장관은 8일 “(복면금지법에 이어) 추가로 긴급조치를 취할 때는 아니다”라며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 반면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어 홍콩 정부는 내부 반발과 외부 압력에 손발이 묶인 상태나 마찬가지다.
시위대는 복면금지법으로 수세에 몰린 만큼 강경 기조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시위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6월 9일 103만명, 16일 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 18일 170만명이 운집해 다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경찰이 거칠게 진압하면서 한풀 꺾였다. 가족 단위 시민들이 나서길 꺼린 데다, 중국 국기와 문양을 잇따라 훼손하고 중국인을 공격하는 등 과도한 분풀이로 번지면서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불거진 탓이다. 이에 혈기왕성한 10~20대 젊은이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지만 “홍콩의 삐뚤어진 교육자들이 폭력을 선동하며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9일 중국 신화통신)”는 비판 또한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위대는 어떻게 시위 동력을 이어갈지 기로에 섰다. 10대 소년과 임산부까지 체포되는 공포 분위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SCMP는 “경찰관의 실탄 사격 등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만에 하나 시위 참가자가 사망이라도 하는 경우 사태는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불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위대의 요구가 끝없이 확장되는 건 부담이다. 그간 △송환법 철회 △경찰 강경 진압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자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에 그쳤던 요구사항이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홍콩 독립 요구 △경찰 해체 등을 더해 7가지로 늘었다. 민주화 열기가 무정부 시위로 변질할 경우 시위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경찰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경찰은 더 거세게 시위대를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SCMP에 “선진국에서 발생한 2011년 영국 런던 폭동이나 2018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에 비하면 우리는 지난 4개월간 정말 온건하게 시위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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