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퇴' 침몰 북한 어선에 이례적 배려
"북한에 언제 무엇을 항의했는지 말못해"
"특수성 고려"부장관은 기자들과도 설전
EEZ 표현대신 "공해상이었다" 북한 배려
조기 북일 정상회담 성사위한 포석인듯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동해 ‘대화퇴(大和堆)’부근에서 지난 7일 북한 어선이 일본 수산청 어업 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고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8일 일본 참의원에서 한 답변이다.
4일 임시국회 개막연설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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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북한 선원 60명을 아무런 조사없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비판에 대해 "위법 조업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아베 총리가 먼저 선을 그은 모양새다.
사고 다음날인 8일 오전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관방부장관이 정례브리핑에서 한 답변도 이례적이었다.
-북한 어선이 급선회해 단속선과 충돌했다는데,경위와 위법조업 여부에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나.
"인명구조를 최우선시하면서 표류자 수색활동을 했다. 이번엔 위법조업이 확인되지 않았고, 공해상이기도했다. 신병 구속 등 강제력 행사가 불가능한 사안이었다."
-북한 당국에 항의했나.
"베이징 대사관 루트로 항의했다.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항의를 언제 했나.
"상세한 내용은 말씀 안드리겠다."
-무엇에 대해 항의했나.
"상세한 내용은 이번엔 말씀 안드리겠다."
-항의를 한 건 어제인가 오늘인가.
“그것도 방금 말씀드렸듯이 말 안하겠다."
북한 어선이 실제로 일본의 EEZ내에서 조업을 했는지 현장을 잡지 못했고,영해와 달리 공해에 속해있는 EEZ내에선 일본의 경찰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게 역력하다"(일본 유력 언론 논설위원)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위법 조업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관방 부장관은 EEZ임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공해상이기도 하다”고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였다.
일본 정부는 언제,어떤 내용으로 북한에 항의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8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한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관방 부장관은 “대 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들었다.
아사히 신문은 9일자에서 “총리관저는 ‘지금까지도 북한에 항의했을 때 날짜와 시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시간을)공표한 적이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7일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 단속선(오른쪽)이 충돌해 북한 어선이 침몰했지만 선원들은 전원 구조됐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7분쯤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북서쪽 350㎞ 지점 에서 북한 어선이 일본 어업 단속선과 충돌, 20여분 만에 침몰했다. 사고 직후 일본 순시선 등 7척의 배와 항공기·헬기가 투입돼 구명보트(흰색 동그라미)에 탄 선원 20명을 포함 60여명을 모두 구조했다. 사고 해역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내 ‘황 금어장’으로 알려진 대화퇴(大和堆) 인근으로 북·일 간 갈등이 잦았던 곳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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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관저의 외교 사령탑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은 최근 주간아사히에 "금년 중 아베 총리와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쪽 루트를 통해 북한 당국자와의 사전 교섭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정보기관(내각정보국)의 수장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인 언급이었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기타무라 국장의 말도 ‘김정은에 대한 공개적인 구애’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어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배려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절박함이 이번 사고 처리에도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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