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등 압력으로 중단됐다가 65일 만에 나고야서 전시 재개
사진 촬영 금지하고 소지품 검사
市, 개최비 지급 거부하며 반발
아이치트리엔날레 측은 8일 오후 2시 10분부터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를 전시 재개했다. 소녀상은 당초 이 기획전에 출품돼 8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 세력의 협박과 항의, 정치권의 압력으로 개막 3일 만에 기획전 전체가 중단됐다.
지난 8월 4일 일본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서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왼쪽).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이 작품은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3일 만에 중단되면서 볼 수 없게 됐으나, 기획전이 이달 8일 재개되면서 소녀상을 관람하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 입장 추첨을 기다렸다(오른쪽). /연합뉴스·최은경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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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크고 작은 항의가 이어졌다. "아이치트리엔날레에 출품한 내 작품을 빼달라"는 작가들의 항의성 요청도 있었다. 결국 지난달 13일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가 아이치트리엔날레 측을 상대로 나고야지방법원에 전시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뒤에야, '전시 재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다만 관람 인원과 방식 등에 제한을 뒀다. 이날은 오후 2시 10분과 4시 30분 두 차례,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추첨을 통해 30명씩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입장 전 금속탐지기를 통한 소지품 검사와 사전 교육도 받게 했다. 사진·동영상 촬영도 모두 금지됐다. 소셜미디어에 전시 내용을 알리는 것도 금지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무색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돌아온 소녀상을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오후 1시 1차 추첨권 배부에는 총 709명이 몰렸다. 3시 2차 추첨권도 649명이 받아갔다. 1차 추첨에서 떨어지자 두 시간을 기다려 2차 추첨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았다. 중복 신청을 감안하면 이날 전시에는 1000여명가량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치트리엔날레 관계자는 "어제만 해도 행사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진 않았다"며 "전시 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분이 찾아주신 것 같다"고 했다. 두 차례 추첨에 모두 실패한 한 남성(68)은 "오카자키에서 1시간이나 걸려 왔는데 아쉽게 됐다"며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나 역사적 이슈에 따라 전시 자체에 반대하고 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술을 공부 중이라는 여학생(18)은 "이번 사태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재개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잇따랐다. 특히 개막 직후 '평화의 소녀상' 등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출품작들을 강하게 비난해 소셜미디어 논쟁에 불을 지폈던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은 이날 2시쯤 아이치문화예술센터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전시 재개에 반발했다.
아이치현 현청 소재지인 나고야시가 부담하기로 한 아이치트리엔날레 개최 비용 3380만엔(약 3억7000만원)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람객들의 말에 따르면 이날 전시장에는 극우 세력으로 추정되는, 일장기를 든 남성 2명이 찾아왔다가 전시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나고야=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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