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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서울교통공사, 공공와이파이 PNP 측 ‘계약 위반’에 늑장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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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의원, 서울교통공사·PNP 간 소송·계약 문건 공개

PNP 도면 제출 2차례 지연 ‘중대 위반’에도 사업 계속 진행

준공목표 기간 730일 중 400일 넘게 설계만하다 사업 무산돼

설계 능력·자금력 부족 등 결점 드러나…이 의원 “특혜 의혹”

경향신문

서울교통공사와 PNP플러스컨소시엄의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계약서. 제28조(위 사진)는 설계도서 제출 시한을 10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제74조(아래)는 사업자금 중 자기자본 500억원에 대한 투자확약서 등을 기한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명시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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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시행자인 PNP플러스컨소시엄(PNP)이 사업 초기부터 설계 능력·자금력 확보 등에서 결점을 노출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공개됐다. 서울교통공사는 PNP가 다수 계약을 위반하는 등 사업 수행 력에 회의적 전망이 예상되는데도 ‘늑장 대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7일 서울교통공사와 PNP 간 소송이 담긴 서울중앙지법 결정문과 계약 문건 등을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초반부터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계속 진행되다 지난 5월 좌초됐다.

PNP는 계약서상 최소 3곳에 명시된 ‘계약체결일로부터 100일 이내 설계도서 제출’ 조건부터 지키지 못했다. 계약체결일이 2018년 2월12일이므로 그해 5월23일까지는 설계도서를 납품해야 했지만, 4개월 넘게 지난 10월4일 처음 설계도서를 제출했다.

계약서엔 ‘기한 내 설계·준공 등 일정을 수행해야 하며, 사업시행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3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20여일 동안 설계도서를 검토한 뒤 정보통신·전기 등 분야에서 수정을 요구하며 돌려줬다. PNP는 이번에도 공사가 새로 제시한 제출 기한인 11월23일에서 3개월 이상 지난 올해 3월에야 보완한 설계도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11월5일 PNP가 기간통신사업자 면허가 없는 점과 자금 확보 능력에 의문을 표시한 뒤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공사는 11월7일 PNP에 이행최고장을 보내 “설계도서의 보완제출이 3개월 이상 지연돼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된다”고 했다. 또 ‘이달 내 면허 취득 신청’, ‘연말까지 사업자금(500억원) 확보 이행’을 요구했다. 계약서엔 ‘기간통신사업자 면허를 계약 후 지체 없이 신청해 착공 전 취득해야 한다’고 규정됐지만, 법원은 “PNP 주장에 따르더라도 계약 후 9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에야 면허 신청을 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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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최고장 발송일 기준 약 5개월 뒤인 2019년 3월29일을 착공 준비 완료 시점으로 잡았다. 계약상 준공 목표 기간이 730일인데, 착공 전 단계에만 400일이 넘는 기간을 책정한 것이다. 공사가 시간을 줬지만, PNP는 준공 목표일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설계도서 승인·사업자금 확보 증거 제출·면허 취득 등 착공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 공사는 결국 5월7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체결일로부터 450일째다. PNP가 직후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PNP는 책임을 서울교통공사에 돌렸다. PNP는 지난 4월 공사에 보낸 이의통지서에서 “설계도서 최종 승인 절차를 공사에서 보류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공사의 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300억원의 사업자금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준공 약정일인) 2020년 2월11일까지 확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PNP는 또 무면허 문제에 대해선 “착공 시엔 정보통신면허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이라며 ‘면허 취득이 지연되는 경우엔 설계도서 제출일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계약 조항을 근거로 “계약상 (설계도서) 제출일은 연장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면허 취득 지연 내용이 담긴 계약서가 설계도서 제출 지연도 정당화할 빌미가 된 것이다. 면허가 없는 PNP의 사정을 봐준 계약 조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PNP에 여권 보좌진 출신들이 참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와 얽힌 펀드운용사가 투자자문 계약을 맺은 곳이란 점에서 이 의원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정과제인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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