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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9억=비싼집' 공식이 안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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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서울 아파트 중위값 8.7억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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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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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활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울 집값 수준과 신축 단지 분양가격을 고려하면 1채에 9억짜리 주택을 더 이상 비싼 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으로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한 강북,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10억원 넘는 아파트가 많아졌다.

7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각종 규제의 근거로 삼는 고가주택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 156조 ‘주택 및 이에 딸린 토지 양도시 실거래가 합계가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준용한다. 이 조항은 2008년 10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이후 11년째 바뀌지 않았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1채에 9억원 넘는 집은 고가주택으로 볼 만했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4억2462만원이었고, 강남권에 많은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7억9522만원으로 이 기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잇따른 부동산 정책 여파로 집값이 널뛰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청약·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카드를 빼들었지만 집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8억7272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6억635만원)과 비교하면 2년 4개월 만에 약 44% 상승했다.

강남권 입지 좋은 곳의 전용 84㎡(옛 34평) 기준 시세가 20억원 넘는 경우가 많고, 마포·용산·성동 등 강북권도 같은 평형 기준 시세가 10억원 넘는 곳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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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서울에서 매매거래된 아파트 중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한 비율은 28.7%로 2년 전인 2017년 3분기(14.6%)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서울에서 9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2분기부터 4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을 앞질렀다.

고가주택 기준이 주택 실수요자에게 가장 피해를 주는 부분은 중도금 대출 규제다. 집값 상승이 분양가에 반영되자 최근 서울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분양가 9억원 초과 단지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 3.3㎡당 평균 분양가는 3153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격은 10억7000만원이다.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시장 제도를 개편했지만 주택 구매시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40대 실수요층은 서울 진입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 개선을 주문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기준을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켜 현실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주택 젊은 부부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중소형 면적 주택을 분양받으면 9억원이 넘어도 중도금 대출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가장 최근 발표한 10·1 부동산 대책에서도 고가주택 기준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업계 관계자는 "고가주택 기준 변경시 세수(稅收)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정부 입장에선 바꾸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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