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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폐업한 곳 빼고… 스마트공장 성과 뻥튀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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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 A사는 2015년 말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정부 예산 770만원 등 총 3300만원을 들여 해당 시설을 갖춘 지 열흘 만이었다. 자동차와 트레일러를 만드는 중소기업 B사는 2017년 말 정부 지원금 5000만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을 구축했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정부는 스마트공장 성과를 집계하면서 폐업한 두 회사와 같은 기업들의 성과를 대거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성과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국회 산자위 소속 곽대훈 의원실(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가 지난 5월 2014~2018년 스마트공장 사업 전체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조사 대상 5003건 중 고용 창출 효과 때는 807건(16%), 생산성 등을 산출할 때는 1059건(21%)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기부는 "스마트공장의 생산성은 평균 30%, 품질은 43.5%, 납기 준수는 15.5%, 고용은 평균 3명 증가하고 원가는 15.9%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논란 속에 스마트공장이 노동 생산력을 높이는 대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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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곽 의원실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의 고용 창출 효과를 계산할 때 정부는 휴·폐업 기업 일부 등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기업이 휴·폐업을 하면 고용이 '0명'이 되는데도 해당 감소분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곽 의원은 "휴·폐업 기업의 고용 감소분을 합하면 스마트공장의 고용 창출 효과는 정부가 주장하는 3명이 아닌 2.5명에 그친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의 생산성·품질·원가·납기 성과를 측정할 때는 전체 5003건의 사업 중 생산성은 2013건, 품질은 3197건만 반영했다. 곽대훈 의원은 "누락된 사업의 성과는 사실상 제로(0)"라며 "정부가 성과가 있는 '똘똘한 기업'의 성적표만 포함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공장 20% 성과 자료 없어

중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용 창출 효과 산출 때 800여개 기업이 누락된 것은 고용정보원의 데이터베이스가 미비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가 있는 폐업 기업의 경우도 통계에 반영한 사례가 있다"며 "성과 부풀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생산성 성과 등을 평가하면서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스마트공장 지원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데다 민간에서 구축한 스마트공장은 데이터가 아예 없는 곳이 많아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조성된 스마트공장은 약 7900개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정부 예산 투입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시작됐지만 당시엔 한 해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돼왔다. 올해의 경우 스마트공장 예산은 2014년(80억원)의 약 50배(399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연내 4400곳에 스마트공장을 지원하는 등 2022년까지 전국 스마트공장을 3만 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폐업 기업의 고용 감소분 반영 안 하기도

중기부의 반론에도 성과를 강조하는 통계는 '착시'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평균적으로 원가가 15.9%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샘플 693개 중 무려 494개(71%)는 평균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평균에 못 미치는 기업이 수적으로 훨씬 많은데도, 소수 우수 기업 때문에 전체 성적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공장을 추진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스마트공장 구축이 예산 쏟아붓기에 끝나지 않도록 정책 목표와 성과 측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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