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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71] 자기기만의 명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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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조선일보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수도원장 조시마는 탕자인 카라마조프에게 자신을 기만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 거짓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 속의 진실을 식별하지 못해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모든 존경심을 잃게" 된다고.

요즘 우리나라는 완전히 자기기만의 최고 고수들에게 장악되었다. 그들은 아무리 봐도 우리 모두가 타고났다고 칸트가 말한 내재적 도덕률이 결여된 선천성 장애인임이 확실하다. 그들은 무능과 뒤틀린 이념으로 나라를 가난하고 혼탁하고 병들게 하는 것을 '애국 행위'라고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인물들이 벌이는 국가 파괴 경연장에서 이 처량한 백성들은 삶이 곡예와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라는 인간은 자기가 무슨 악행을 저지르고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국가를 모독해도 국민은 자기를 추종하고 경배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이코패스인 듯하다. 딱하게도 그의 지지자들 역시 그가 아무리 파렴치해도 자신들은 그를 일편단심 지지하는 '의리파'임을 증명하려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의 '의리'가 나라를 망쳐서 그들의 후손을 적빈(赤貧)의 독재국가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거나 아예 나라조차 없는 국제 난민이 되게 할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조국의 지지자들에게 묻는다. 죄도 없는, 또는 자신에 비하면 지극히 경미한 혐의의 피의자에게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는 등 무수한 조국의 '조적조' 페북 글들이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야 할 여하한 이유가 있는가? 그가 추진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검찰 개혁'이 나라의 정의를 진작할 것인지 파괴할 것인지, 검토라도 해 보았는가? 그가 법무장관으로 연방제 개헌을 해서 나라를 김정은에게 양도한다 해도 지지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조국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공휴일을 반납하고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수십만 애국 시민의 절규와 청와대 앞에서 얇은 비닐 한 장 깔고 7일간 철야 농성까지 하는 국민의 절박한 충정은 깡그리 무시하고 적법 수사를 방해하는 '조빠'들의 검찰청 앞 집회를 초대형 스크린과 초고성능 마이크로 터무니 없이 부풀려서 자신들의 세가 우월하다고 선전하면서 그들 자신도 그런 환상에 빠져서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조국은 우리 국민의 각오와 결집을 촉구하기 위해 하늘이 내린 재앙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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