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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미국 의사들은 왜 진보로 돌아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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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기부금 3분의 2 민주당에… 트럼프 의료정책에 반감 높아

개원 못한 월급의사 증가도 영향

전통적인 보수층으로 공화당을 지지했던 미국의 의사들이 민주당 지지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1990년 의사의 정치 기부금 중 60% 정도는 공화당에 들어갔고, 40%가량이 민주당에 기부됐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의 감세와 규제 완화 등 보수적인 정책이 의사들의 요구를 잘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엔 의사들의 정치 기부금 중 3분의 2가 민주당으로 들어갔고, 3분의 1만이 공화당에 기부됐다. 2016년 여론조사 회사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의사 35%가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응답했고, 27%가 공화당을 지지했다.

WSJ는 이 같은 정치 성향 변화를 우선 구조적 요인에서 찾았다.

지난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개원의를 넘어서는 등 '월급 의사'가 대중화되고 있는 점이 정치의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개원 비용 증가와 젊은 의사들의 대도시 거주 성향이 맞물리며 의사들이 점점 더 개업보다는 취직을 택하고 있고, 이런 거주와 직업 형태의 변화가 정치적 지향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싼 의대 학비 때문에 수십만달러의 학자금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진보 성향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여성들이 의대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의사들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 후 대졸 고학력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는 현상에 의사들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과학적인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대안도 없이 오바마 케어(전국민건강보험) 폐지를 시도하는 데 불안과 실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의사 집단이 보수 성향이 강한 직종으로 꼽힌다. 지난 3월 한국의협신문 조사에선 한국 의사 40.4%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17.5%)의 두 배가 넘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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