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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마약에 찌든 북한… 탈북자 36%가 "北서 투약경험·현장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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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거치며 빠르게 확산, 집에서 진통제로 필로폰 쓰기도

국내 수감 탈북자 33%가 마약범

"어쩌다가 마약에 손대게 됐습니까."(수사관)

"북한에서는 필로폰을 진통제 대신 투약합니다."(탈북민 A씨)

북한산(産) 필로폰 밀수·유통 피의자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북한에서는 필로폰이 뇌졸중·뇌출혈 같은 심혈관계 질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두고 쓰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었다. 일부 지역에선 아예 '만병통치약'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통계도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최근 탈북민 138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탈북민 가운데 북한에서 마약을 직접 투약했거나 투약 행위를 직접 목격하는 등 '직·간접 마약 경험'을 가진 이의 비율이 16.5%였다. 이 비율은 2010년대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0년대 탈북민군(群)에서는 4.7%, 2000년대 탈북민군에서는 7%였지만, 2010~2012년엔 13.6%로 뛰었다. 2013년엔 20%를 넘었고, 2015년에는 36.7%까지 치솟았다. 2015년 이후 국내 교도소에 수감된 탈북민 중 33%가 마약 사범이라는 통계도 최근 나왔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은 필로폰이다. 얼음 조각처럼 보인다고 해서 '얼음'이라고 부르고, 마약 판매처를 '얼음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0회 사용할 수 있는 필로폰 1g 가격은 15달러(약 1만8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출용으로 제조되던 마약이 북한 내부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말 북한의 식량난 시기다. 공장에서 필로폰을 만들던 기술자들이 필로폰을 조금씩 빼돌려 마을 주민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주민들의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북한 당국도 엄한 단속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전체 사법 집행의 0.8%만을 차지했던 마약 사범 처벌은 2000년대에 9.3%, 2010년 이후 20.3%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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