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살인의 추억' (2003) : 뭐래더라? 맞아. "옛날에 여기서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진짜 오랜만에 한번 와봤다" 그랬는데…>
[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의 강지영입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이춘재로 특정되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살인의 추억' 보셨습니다. 주인공 박두만 형사가 미치도록 잡고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포착됐는데요. 그는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가 최근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백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문제의 사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인데요. 1988년 9월 16일 아침 6시 50분경에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당시 13살이었던 박모 양이 성폭행 당하고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다른 사건에서 드러난 특유의 수법은 보이지 않았지만 화성에서 일어난 성폭행 피살 사건이라서 8차 사건으로 분류됐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모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냈고,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으로 혈액형이 B형이며 체모에 다량의 티타늄이 함유됐다는 것이 확인됐는데요. 당시 농기계 수리공인 윤씨가 체포됐고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이춘재가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범인 윤모 씨는 지난 2003년 한 주간지와 옥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맞아서 범행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신호철/윤모 씨 인터뷰한 기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자기는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8차 사건도 자기가 한 게 절대 아니라고 이렇게 탁 얘기를 해서, 너무 당당하게. 그래서 당황을 했고요. 그때 수사 과정에서 (맞아서) 자백을 했다고 얘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했는지 물었는데 그걸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더라고요. 재판에서 왜 졌냐고 물었더니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놈이 하소연할 데가 어디 있겠나, 억울하다' 그렇게 얘기했었어요. '어떻게 된 거냐. 수사해 봐야 되지 않냐?' 이렇게 얘기했더니 경찰 쪽에서는 전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걔가 정말 이상한 OOO라고 했었어요.]
윤씨가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2심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고 3심도 1,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윤씨는 지난 2009년 감형돼 풀려났습니다. 윤씨 측은 여전히 경찰이 잠도 재우지 않는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던 중성자방사화분석법의 정확성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당시에는 사법사상 처음으로 재판증거로 채택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같은 음식을 먹거나 유사한 환경에 사는 사람이면 성분이 비슷하게 검출될 수 있다"며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당시 국과수 유전자분석과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로 한 명이 추려졌는데 그게 잘못될 확률은 지극히 낮지 않겠냐"고 밝혔는데요.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차 사건의 현장 증거물인 정액과 음모 등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는 B형이었다. 피해자가 숨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증거물이 오염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오늘(7일) 기자간담회에서 "8차 사건 등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해서 다 규명하고, 사실이 밝혀지면 사실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억울한 분 있으면 해소하고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이춘재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윤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인지 명백하게 진실이 밝혀져야겠습니다.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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