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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안전한 사회 3부 ①] 스토킹, 한국선 범칙금…영국선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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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스토킹으로 처벌된 건수는 544건. 하루에 1명 이상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 셈이다.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전남편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에선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경범죄로 처리되는 실정이다. '지속적 괴롭힘'으로 법률상 명기된 스토킹의 범칙금은 8만원으로 장난전화 범칙금과 같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조국 법무부 장관도 장관 후보자 당시 "스토킹을 범죄로 분명히 규정하고 3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스토킹은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영국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영국은 2012년부터 스토킹을 구체적 범죄로 명시해 처벌 근거로 활용해왔다. 영국은 1997년 제정된 괴롭힘 금지법에 두 가지 스토킹 유형을 괴롭힘으로 포함했다. 이 법안에서는 스토킹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내리지 않았지만 제2조에서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행위 △어떤 수단을 동원해 강제로 만나려는 행위 △전자통신 수단을 동원해 누군가를 감시하는 행위 △특정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행위 △특정인 소유 재산에 간섭하는 행위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법안 4조에서는 피해자들이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위협을 느낄 행위를 2회 이상 벌일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괴롭힘 금지법 2조의 일반적 스토킹에 해당하면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해지고 벌금이 부과되며, 제4조의 가중적 구성 요건에 해당하면 5년 이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올해 3월엔 스토커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됐다. 기존에 제정된 괴롭힘 방지법이 스토킹 발생 이후 경찰의 처벌을 다루고 있다면, 신설된 법은 범죄 피해 발생 이전에도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경찰의 권한을 확대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면식이 없더라도 스토킹이 의심되는 경우 스토커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부과하거나 심리 상담과 범죄 예방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가해자가 경찰 지시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장응혁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처벌하기 위해 한국도 조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처벌 수위 등 세부적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입법이 미뤄졌지만 핵심적인 사항부터 법안에 담아 통과시킨 뒤 점차 개정해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영국은 데이트 상대방의 전과기록 조회를 요청할 권리와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 전과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전과공개법(일명 클레어법)을 2014년 제정해 시행 중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이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나라임에도 전과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런던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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