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수 조사 핵심 쟁점은 / 코링크 설립서 투자까지 개입 정황 / WFM서 받은 자문료 명목 1400만원 / “투자 자금에 대한 이자” 진술 확보 / 檢, 수사상황 노출 등 보안상 이유 / 조카 공소장에 ‘공범’ 여부 적시 안해 / 정 교수, 총장 상장 스캔 후 오려내 / 檢 “원본 처음부터 존재 안해” 결론 / 조국 딸 “허위 증명서 받은 적 없다” / 정 교수, PC 반출 증거인멸 혐의 / 법조계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 커” / 조 장관, 부인 비리 연루·방조 의혹 / 曺 소환 땐 文정부 檢 개혁 치명타
검찰이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다. 조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27일 첫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인 후 37일 만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개시 이후 조 장관과 정 교수 모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하기 이전에 다른 관련자 진술과 증거 확보에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정 교수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등 경영에 관여했나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장관 가족 의혹을 사모펀드·입시비리·웅동학원 세 갈래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정 교수는 이 중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관련 의혹을 주도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링크PE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씨가 실소유주로 지목된 곳이다. 정 교수는 2017년 7월 코링크PE에 두 자녀와 함께 10억5000만원을 이곳에 출자했다. 이때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코링크PE의 블루 펀드와 배터리 펀드는 각각 가로등 자동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와 2차 전지업체 WFM에 투자를 했다.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는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은 정 교수가 투자처의 경영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교수는 WFM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이 돈이 투자금에 대한 이자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투자처를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다”던 조 장관 측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 칼끝이 조 장관을 향할 개연성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직적인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샅샅이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범 관계를 의심받는 5촌 조카 조씨가 먼저 기소됨에 따라 정 교수가 방어전략을 짤 시간을 벌 가능성도 생겼다. 이런 우려 탓인지 검찰은 조씨 공소장에 일체의 ‘공범’ 여부를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의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사상황 노출 등 보안상 이유로 공소장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조씨 기소일에 맞춰 정 교수를 소환한 것도 조씨를 먼저 재판에 넘긴 뒤 정 교수를 소환하면 정 교수가 공소 사실을 파악한 뒤 수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창장 위조, 입증 자신하는 검찰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검찰은 이미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될 우려가 있다”며 정 교수의 입장을 듣지 않고 공소제기부터 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입장을 청취한 뒤 나머지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 전반을 부인해 온 정 교수가 자백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검찰은 정 교수가 기존 보유하던 총장 명의 상장을 스캔한 뒤 오려내는 수법으로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판단대로라면 정 교수의 자녀에게 수여됐다는 표창장의 원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의 원본 제출 요구에 매번 “찾을 수 없다”며 제출을 거부해 왔다.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는 언론을 통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부모 도움을 받아 허위로 (인턴십) 증명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외출’로 표시된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안내판.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검찰은 정 교수가 위조한 표창장이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등 입시에 도움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정 교수에게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정 교수가 다른 사람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도 검찰의 주요 관심사다. 검찰은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로부터 “정 교수 지시를 받아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작업을 했다”는 등 자세한 진술을 확보했다. 또 정 교수 지시를 받고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도 자신의 차량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 전반에 걸쳐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지시를 받은 인물들이 증거인멸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정경심 신병확보가 ‘조국 수사’ 분수령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까지도 검찰 수사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간 각종 의혹에 대해 관련이 없다고 일갈했던 조 장관이지만, 정 교수의 신병처리 여부에 따라 검찰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조 장관을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내걸었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동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 교수가 구속될 경우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진다.
조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 딸의 서울대 인권법센터 허위인턴뿐만 아니라 친구 아들의 인턴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하드디스크 파일에서 조 장관 친구 자녀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 미완성본을 확보했다. 조 장관 친구의 자녀는 검찰 조사에서 “실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또 정 교수가 연루된 증거인멸 혐의에 조 장관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증권사 직원 김모씨는 정 교수의 부탁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작업을 벌였는데, 이때 조 장관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또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구속)씨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이고 부인 정 교수가 코링크PE 차명 지분을 보유했다는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이는 펀드 운용과 투자를 분리하도록 한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의 직접 주식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된다.
조 장관에 대한 직접수사의 1차 분수령은 정 교수의 신병확보에 달려 있다. 정 교수가 구속될 경우 검찰로서는 조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고 있다. 정 교수의 경우 사문서 위조 의혹의 핵심 물증인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본체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사소송법 제70조 구속사유에 따르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는 대표적인 구속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다.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혐의를 도왔다고 알려진 증권사 직원을 불러 수사를 벌여왔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관계자 소환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문서 위조 혐의의 경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한 점이 확실하거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인 파장이 클 경우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해 왔다. 정 교수는 앞서 동양대에서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들고 나오고 자택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 교수는 여전히 자신과 관련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입시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지탄받고 있는 상황도 정 교수를 옥죄고 있다.
조 장관이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일가의 검찰 수사 중에도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검찰개혁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99년 5월24일 취임한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은 고급 옷 로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임명 15일 만에 전격 경질됐다.
배민영·김건호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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