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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조국에 입 다문 참여연대…86세대 도덕적 기반이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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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 위원장

사모펀드 논평 한 줄도 없어

검찰개혁·조국 일가 의혹, 함께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경향신문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50·사진)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을 옹호하는 진보 시민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는 글을 올리기 전 집행위원장 사임과 회원 탈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 이름으로 단 한 줄도 (비판적 성명이) 나간 게 없다”며 “86세대가 사라져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도덕적 기반이 유실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계사인 김 전 위원장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삼성 저격수’로 활동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을 드러내는 데 일조했다.

- 페이스북 글은 누구를 겨냥한 건가.

“참여연대 위원들 들으라고 한 소리다. 전부터 ‘참여연대는 권력감시기관이다’라고 얘기했다. 조국 장관이 사모펀드와 관련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현실적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건 회원 탈퇴 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사퇴까진 주장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문제제기는 해야 하지 않나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내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나.

“(참여연대 위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우리가 어쩌다가 범법 혐의가 있는 가족까지 걱정해줘야 하는 조직이 됐냐고 물었다. ‘범법자 아니다. 판결 안 났다. 기소도 안됐다’고 하는 분이 있더라. 그래서 말했다. ‘우리가 지금껏 삼성을 문제시할 때, 기소된 것 가지고 했냐. 제일모직,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작은 의혹에서 시작됐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무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건 나중에 창피한 일이 될 수 있으니 낮은 수준으로나마 논평을 내자고 제안했다. 공직자윤리법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 형식으로라도. 그마저도 못 냈다.”

-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 많다.

“검찰개혁이 최우선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뭐든지 함께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참여연대 위원들조차도 ‘검찰개혁이 중하냐, 조국의 범죄가 중하냐’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검찰개혁한다고 ‘조국 수사’가 중단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입법노력을 할 수 있는 게 있다. 법무부 장관보다 윗선인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런데 왜 차차선책인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개혁의 주체인 것처럼 말하는가.”

- 진보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라 보는가.

“지금 상황은 ‘황우석사태’ 이상이다. 어떤 사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 이번 사태가 진보진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86세대가 사라져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심각한 일이면서 동시에 바람직한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민주화 과정에서 1980년대 이후 일련의 진전들이 86세대로부터 상당부분 비롯됐다는 건 맞다. 다만 이 사건을 기화로 그 동력이 소진되는 것 아닌가 싶다. 더 가슴 아프게 말한다면, 86세대의 도덕적 기반이 유실되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나.

“참여연대는 권력에 대한 감시기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재벌을 향해, 권력을 향해 눈빛을 향하고 있어야 하지, 그 반대편은 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시민사회, 시민단체, 권력, 회원과의 관계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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