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10만여 마리 살처분…北 무게속 차량·곤충·하천 전파 '물음표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1일 경기도 의정부시 자금동에서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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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일로 국내에서 발병 된 지 보름째를 맞았다. 국내 첫 발생후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는 10만마리에 육박하지만 전염 경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전국 사육 돼지 마릿수가 1200만마리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전국 돼지의 1% 가까이가 목숨을 잃게 된 셈이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6일 파주의 한 돼지 농가에서 의심 신고 후 다음 날인 17일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발생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고 급성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질병인 만큼, 방역 당국은 위기 경보를 즉시 '심각'으로 격상하고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발생 농가 반경 10㎞를 중심으로 방역대가 설정되고, 전국 돼지와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도 내려졌다.
긴급행동지침 상 살처분 범위도 발생 농가 반경 500m에서 반경 3㎞로 넓혀 이 범위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강수를 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러나 이후 18일(이하 확진일 기준) 경기도 연천, 23일 경기도 김포, 24일 경기도 파주 등 북한과의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번졌다.
정부는 이에 24일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다시 내렸고, 26일 48시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등 강력한 통제 조치를 실시했다.
돼지열병은 이후 경기도 경계를 넘어 24일부터는 나흘 연속으로 인천 강화군에서 5건이나 연달아 확진돼 우려를 키웠다. 7번째로 발생한 26일 강화 삼산면 사례는 강화도 본섬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석모도에서 발생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7일 확진된 강화군 하점면을 마지막으로 이날까지 추가 발생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과거보다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는 66개 농가, 9만7999마리에 달한다. 10만마리에 육박하는 것이다.
살처분 마릿수가 급증한 데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5건 잇따른 인천 강화군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한 영향이 컸다. 이런 '특단의 조치'로 강화군 내 살처분 대상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5개 농가와 그 인근의 1만3280마리를 포함해 총 4만2988마리에 달한다.
10만 마리에 가까운 살처분 대상 가운데 이날까지 57개 농가, 8만5714마리가 살처분됐고 11개 농가, 1만2285마리가 남아 있다.
돼지를 살처분할 때는 이산화탄소 등으로 안락사해 '생매장'을 막고 매몰 시에는 사체를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통에 넣어 환경 오염을 방지한다. 살처분 작업 참가자에 대해서도 심리 상담도 지원해 후유증을 예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앞서 중국·북한에서 발생하고, 국내 확진 지역이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 등 접경지역에 몰려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북한으로부터의 남하'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국내로 들여왔는지 구체적인 전파 경로가 아리송하다. 야생 멧돼지, 잔반 급여, 외국인 노동자 등 사람 등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 받는 '경우의 수'가 모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7차 발생지인 석모도의 경우 문을 닫은 농장이라 차량 역학마저 없고, 본섬과 떨어진 외딴곳이라는 점에서 감염 원인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에 역학조사과 인력을 총동원해 지하수, 모기·파리 등 곤충, 진드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힘을 쏟고 있다.
환경부 역시 하천 오염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임진강 수계를 대상으로 한 차례 조사를 벌여 음성 결과를 얻은 데 이어, 이달 8일까지 2차 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지하수를 통해서 침투된다든가, 파리나 작은 날짐승으로 옮겨진다든가 하는 것은 지금의 방역체제로 완벽하게 막기가 어렵다"며 "또 제가 상상치 못한 다른 전염경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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