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네더 신부 "모든 사람에게 개방"…오스트리아 명문 사립학교 운영도
영신 수련 프로그램 '인기'…"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은 소설일 뿐"
멜크 수도원 |
(멜크<오스트리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하우(Wachau) 문화경관 지역의 멜크 수도원.
성 베네딕토(Benedicti) 수도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80㎞ 떨어진 고즈넉한 언덕에 자리잡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에 영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은 1089년 바벤베르크(Babenberg) 왕가의 레오폴드 2세가 자신의 성 가운데 하나를 베네딕토회에 기증하며 설립됐다. 그러고선 1천년 가까운 역사가 이어졌다.
이곳 도서관은 방대한 필사본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12개 실로 구성된 도서관에는 모두 10만권 장서가 있고, 이중 필사본 2천권을 포함한 1만6천권가량은 박물관 장서실에서 본다.
판본 보관량도 상당하다. 1500년 이전 고판본이 750개, 16세기 판본 1천700개, 17세기 4천500개, 18세기 1만8천개가 도서관 서고를 채운다.
멜크 수도원은 170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황제가 가톨릭을 거세게 탄압할 때에도 살아남았다.
멜크 수도원 |
이를 두고 멜크 수도원의 장서 등 학문적 성취와 바로크 양식이 두드러진 수도원 건물 덕분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1160년 수도원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사립 중등학교인 멜크 수도원 김나지움이 설립됐다. 이곳에서는 현재도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온 900여명 남녀 학생이 공부한다.
25일 멜크 수도원 측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학생들이 복도를 따라 이동하며 해맑게 웃었다. 이 김나지움은 비록 수도원에서 세운 학교이지만 학생들은 가톨릭 신자 여부와 무관하게 입학이 가능하다고 한다.
매달 학생이 부담해야 할 돈은 85유로 정도. 경제적 형편을 따지지 않고 오스트리아 각지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멜크 수도원 |
30명 수사 신부가 운영하는 수도원은 외부에 폐쇄적일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성지 순례는 물론 영적 수련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문을 연다.
그는 "수도원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고, 가능한 한 수도원 내 많은 방의 문을 연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아름답고 조화로움을 수도원에 직접 와서 체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은 하느님의 현현(顯現)이라고 본다. 인간은 이를 통해 신을 체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영신 수련 프로그램은 주목받는다. 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수련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지원자가 너무 많은 게 고민이 됐다고 한다.
멜크 수도원 홍보담당 마르틴 로테네더 신부 |
로테네더 신부는 25세까지 경제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후 4년간 수련과정을 거쳐 수도원에 정착했고 최근 27년간은 수도원의 관광과 행사, 교육, 도서 발간 등의 문화관광 분야에서 일한다.
그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묵상을 하고 하루에 최소 한번은 신부님과 대화를 한다"며 "프로그램 참여자가 원하는 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프로그램 기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로테네더 신부는 '장미의 이름'에서 거론된 금서(禁書)와 관련해 실제로 이런 금서가 있었는지를 묻자 "있었다면 흥미진진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움베르토 에코가 수도원을 몇 번 찾아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장미의 이름'은 재미있는 소설이기는 하다"며 에코의 소설과 멜크 수도원을 연관 짓는 추측에 선을 그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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