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난임 치료 특효약은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⑤ 평촌마리아의원 장은정 진료부장

중앙일보

30대 후반에 첫 진료를 시작한 분이 있었다. 자궁내막증 수술로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임신 수치가 보이긴 했지만 안타깝게 화학적 임신이 되거나, 자궁 외 임신으로 치료를 받게 되는 등 수차례 시술을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4년 만에 만난 아이였다. 1차 피검사를 한 날 연구실과 진료실 모두 결과를 듣고 믿기지 않아 재검하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우리는 환자와 의사가 아닌 가족이 돼 있었던 것 같다.

난임 전문의들은 ‘착상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임신의 과정 중 착상은 아직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완벽한 치료법이 완성되지 못했다. 몇 년간 여러 병원에서 수차례 시험관 시술을 하다 포기하고 1년이 지나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하면서 자연임신한 분, 한 개의 난자로 수정돼 임신한 분, 시술 당일 내막이 거의 자라지 않았는데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분 등 여러 지표상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임신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임신할 확률이 낮다고 해서 절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난소 기능이 약해 난자가 적게 나오거나, 정자 상태가 좋지 않아 인공수정의 확률이 다소 낮아 보여도 그중 하나만 제대로 된 배아나 정자가 있다면 임신이 되는 것이다.

난임 치료가 일반 질병 치료와 가장 큰 차이는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때로는 긴 호흡을 함께하는 것이다. 아픈 부위를 검사하고 진단해서 치료가 한번에 끝나는 일회성 만남과는 달리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수년간 함께 보는 것이 난임 전문의와 환자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라포)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초진 시 꼭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임신의 과정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고,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언젠가 결승선에 도착하듯 그 끝에 임신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