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에서 예정된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교양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를 두고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연세대 동문과 재학생들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류 교수의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수사 나선 경찰…명예 훼손, 성희롱 혐의 등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27일 “류 교수 고발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 서대문경찰서를 통해 수사 지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 성희롱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사회학과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것인가’라는 여학생들의 질문에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설명하면서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되물어 역사 왜곡은 물론이고 성희롱 논란까지 초래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류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한 것이 아닌 ‘조사해 보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가 해당 발언으로 역사를 왜곡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질문한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며 류 교수를 고발했다.
연세민주동문회·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 연세대 동문들과 이 대학 재학생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에서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대학본부로 향하고 있다. 앞서 류 교수는 지난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
◆연대 동문 “교수로 인정 못 해”
류 교수의 ‘위안부 매춘’ 발언은 연세대 동문·관련 단체 등에서도 반발을 불렀으며, 이들은 류 교수의 파면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연세민주동문회·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은 지난 26일 ‘연세인 2차 성명서’를 내고 “매국적 망언을 자행한 류 교수를 파면해 더럽혀진 연세대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세대 교수가 강의 시간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매도하고 조롱했다”며 “피해자들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세대는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마땅한 징계는 파면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민주동문회는 당시 오후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명 명단과 성명을 연세대 총장실에 전달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재학생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이 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류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
◆연대생 “교수로 인정할 수 없어”
동문의 성명과 더불어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도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 대책위원회’ 발족을 결의하고 대책위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류 교수 사건을 통해 안전해야 할 강의실이 폭력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실효성 있게 사건에 대응하고자 전날 사회과학대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연대체 구성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는 류 교수를 비(非)교수로 부르겠다”며 “교수·학생 권력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시간에 ‘사과하라는 요구를 검토는 해보겠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자를 과연 교수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는 그를 교수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안전한 강의실’과 ‘안전한 교육권’을 위해 끝까지 외치겠다”며 “외침의 끝에는 류 교수의 사과와 파면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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