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강화대교 양 끝에서 2번의 차량소독 끝에 도착한 강화도는 누구랄 것도 없이 주민 모두가 예민해져 있었다.
지난 23일 송해면에서 첫 확진 농가가 나온 이후 나흘새 총 5개의 양돈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것으로 결론나면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7일 현재 전국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모두 9곳. 이중 5곳이 북한과 가까운 강화도에서 연달아 발생했다.
강화도에서 최초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송해면 농가는 축사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로를 봉쇄하고 임시 천막으로 만든 통제초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전 11시에는 초소 입구에 컨테이너 한개가 놓였다. 초소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ASF 확진 판정을 받은 하점면 농장(2000마리)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5개 농장중 최대 규모인 이 곳이 뚫리면 강화 양돈 농가에 미칠 파급이 크다고 보고 초소 관계자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강화주민들은 "10년 전 구제역 이후 조용하던 동네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온상이 됐다"며 "강화도는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관광수입이 중요한 곳이지만 당분간 외지인들이 방문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북한과 가장 가까운 강화 북부 지역에서 중부 이남에 해당하는 불은면, 삼산면까지 ASF가 발생하자 "한 지역에 몰려 발생하면 감염 경로라도 유추할 수 있을 텐데 지역 사방에서 불특정하게 터지니 더이상 안전지대가 없는 것 같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이미 돼지 씨가 마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망연자실 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강화군에는 35개 농가에서 3만8001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5개 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난 이후 예방적 살처분 포함 15개 농가의 돼지 1만2584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불과 나흘만에 3마리중 1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불은면의 한 주민은 "지금 추세라면 다른 농장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3개월 전에 국무총리까지 찾아와 방역 강화를 당부하고 갔는데 소용이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강화주민들은 ASF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추정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강화도는 북한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길목"이라면서 "중국에서 시작된 돼지열병이 북한으로 건너가 평양 이남으로 확산하면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강화까지 오게 된 것 아닌지 많은 주민들의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경과학원이 지난 23~26일 나흘간 포천·연천·파주·김포를 가로지르는 한탄강 6곳, 임진강 11곳, 한강하구 3곳 등 20개 지점의 하천수를 채집·분석한 결과 ASF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ASF 방역 수준이 최고 단계로 격상되면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도 나타나고 있다. ASF 확진 판정이 난 돼지농가 주변 주민들은 농장 입구 바닥에 뿌려놓은 생석회와 길에 뿌리는 소독제가 농작물에 날아들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불은면 고능리 한 주민은 "고추와 들깨, 배추에 생석회 가루와 소독제가 묻어 있는데 이것들이 건강에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 답답하다"면서 "크고 작건 이 것도 피해 아니냐"고 했다.
수도권 최대 섬인 강화도가 ASF로 초토화 되면서 인천 육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에는 강화·옹진군 등 5개 군구 43개 농가에서 4만3108두의 돼지를 사육중이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이를 우려한 듯 이날 돼지농가를 직접 챙겼다. 서구, 계양구, 남동구, 옹진군 소재 돼지농가 5곳을 방문해 방역 상태를 점검하고 차단 방역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강화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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