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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융안정지수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자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1556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분기 말 기준 159.1%로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올라섰다. 가계부채 증가폭이 둔화한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자영업자·고령자·지방 거주자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험이 발생한다면 이 약한 고리부터 그 징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빚 못 갚은 자영업자
경기 둔화로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빚을 갚지 못해 금융회사에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가 1년 새 2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한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3만4288명으로 1년 전 같은 시기 2만6805명에 비해 27.9% 늘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2016년 6월 2만3746명, 2017년 6월 2만3939명으로 증가세가 더뎠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출을 보유한 전체 자영업자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017년 6월 1.35%, 2018년 6월 1.36%에서 올해 6월 1.62%로 늘었다. 자영업자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자영업대출은 올 들어 6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업권 중에서도 상호금융에서의 금융채무 불이행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눈길을 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에 대한 신규 규제들로 인해 향후 자영업 부문 채무 상환에 대한 압력이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자영업과 영세 소상공인의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정책의 전면적 수정과 함께 중간임금지대 고용 시장의 마련, 내수경제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고령 신불자 '나 홀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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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60대 이상 고령자의 '신용불량'만 유독 늘어나고 있다. 은퇴자, 자영업자가 많은 고령자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의원이 입수한 한국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94만8800명이다. 저금리, 각종 서민금융 제도 확대의 영향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016년 말 105만9200명, 2017년 말 103만6900명, 지난해 말 101만2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60세 이상에서만 '나 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60세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017년 말 13만6600명, 2018년 말 14만3800명에 이어 올 7월 14만5300명으로 늘었다.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 늘었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 비중은 11.6%였지만, 올 7월 15.3%로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60세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1인당 채무액은 올 7월 말 기준 6162만원으로 2017년 말 6526만원, 2018년 말 6220만원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채무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빚조차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은퇴자 비중이 높아 일정 소득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부채에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60대가 되면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비 등 예상치 못한 목돈을 지출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자영업자보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층이 있고, 이들이 가족 등을 부양해야 한다면 결국 2금융, 대부업 등으로 넘어가면서 신용불량자로까지 내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기 은퇴와 노후대책 없는 고령사회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령층의 빈곤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고용대책과 사회안전망 마련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심상찮은 지방 연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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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취약차주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방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19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방 차주의 연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이 2012년 말 152.2%에서 올 2분기 말 207.7%로 55.5%포인트 뛰었다고 26일 밝혔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는 LTI가 192.3%에서 232.4%로 40.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방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상승했다. 지방의 평균 LTV는 2012년 말 50.1%에서 올 2분기 56.2%로 올랐다. 채무상환 능력도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취약했다. 지방 취약차주의 연체대출 비중은 2016년 말 20.5%에서 올 2분기 27.7%로 불과 2년 반 만에 7.2%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2012년(29.8%)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차주가 갖고 있는 대출 비중은 지방이 32.6%로 수도권(27.3%)보다 월등히 높았다. DSR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매년 갚아야 할 빚(원리금)이 연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지방에서 경매주택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지방 경매주택 건수는 2018년 말 2만9000건에서 올해 8월 3만5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8월 수도권 경매주택 건수는 2만건에 불과했다. 민좌홍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지방의 가계부채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은 지방의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고, 지방 주택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의 변동 면에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금융채무 불이행자 :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50만원을 초과하거나 50만원 이하로 2건 이상 연체 기록이 있는 채무자. 과거 신용불량자라는 용어가 쓰였지만 2005년 채무 불이행자라는 용어로 명칭이 대체됐다.
[손일선 기자 / 김강래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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