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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르포] 화성 시민들 “악몽의 30년…나머지 사건도 빨리 해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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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특정’ 연쇄살인사건의 현장

경향신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모씨가 30년가량을 거주했다고 알려진 화성군 진안리가 현재는 화성시 진안동 번화가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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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안녕동(구 태안읍 안녕리) 일대. 국내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처음(1986년 9월15일) 발생했던 곳이다. 33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지막 10차 사건이 발생했던 곳은 동탄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드넓은 농지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대신 그 자리에는 공장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섰다. 과거 연쇄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해하던 암울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대부분은 자신들이 사는 이곳에서 화성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기가 그 화성사건이 발생한 곳이냐”며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택지개발로 토박이보다는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주부 김영숙씨(45)는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건 발표로 인해 화성 이름이 세간에 다시 오르내리게 됐다”며 “이곳을 화성살인과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 토박이 이정분씨(60)는 “화성은 그동안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강산이 3번이나 바뀐 지금도 여전히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력한 용의자가 붙잡힌 만큼 이번 기회에 연쇄살인이 발생한 곳이라는 꼬리표를 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 공인중개업소 대표 김모씨(48)는 집값 하락을 우려했다. 부동산값이 요동칠까봐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김씨는 “신도시로 변모한 이곳은 주거환경이 우수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고 이사를 오고 싶어하는 곳”이라며 “그런데 최근 화성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과거처럼 ‘화성 기피 현상’이 벌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씨(56·부산교도소 수감 중)가 살았던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화성시 진안동)는 병점역과 중심상가가 들어서는 등 도시화된 지 오래다.

2·6·8차 사건 발생한 진안리

병점역 중심, 번화가로 변모

10차 현장, 30만의 신도시로


진안리에서는 2차(1986년 10월)·6차(1987년 5월)·8차(1988년 9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중 8차 사건은 범인이 검거됐다. 현재 진안동으로 불리는 이곳은 10층이 넘는 건물들과 아파트 등이 들어섰으며 주변 아파트 공사가 진행돼 과거의 범행 현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직도 불안하고 아픈 기억

늦게나마 오명 벗어 홀가분

더 안전한 도시가 되길 기대”


5차(1987년 1월10일) 사건이 발생했던 화성시 황계동(구 태안읍 황계리) 주변에 들어선 상가에서 만난 이민국씨(30)는 “화성사건은 아직도 화성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한다”며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용의자를 잡은 만큼 나머지 사건도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1년 4월 벌어진 10차 사건의 장소인 반송동은 30만6000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신도시로 변모했다. 서동탄역 인근의 한 직장인은 “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특정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이제 화성도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동탄과 화성이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은 화성사건의 용의자 이씨에 대한 4차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 경위(40)를 포함해 6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이씨는 3차에 이어 이날 조사에서도 “자신은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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