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수사 어떻게 빠져나갔나
하승균 당시 수사팀장, 용의자 혈액형 누구도 특정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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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사건 당시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던 건 혈액형 때문이라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형사의 증언이 나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춘재가 화성 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23일일 밝혔다. 이춘재는 사건 발생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경찰은 그동안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조사서 왜 이춘재가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았는지, 수사선상에서 사실상 제외 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당시 수사를 맡았던 한 형사는 23일 SBS와 인터뷰에서 "이 씨가 배제된 결정적 이유는 혈액형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9차 사건 증거품에서 나온 용의자 혈액형은 B형인데 이 씨는 O형이어서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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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시 사건을 맡았던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경찰이 공식적으로 용의자 혈액형에 대해 B형이라고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 전 팀장은 지난 20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범인의 혈액형을 B형이라고 발표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국립수사연구원 같은 분석에 대해 전문 지식은 없지만, 그 당시 수사 환경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분명히 바로 잡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도 범인(용의자가)이 B형이라고 특정 지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하 전 팀장은 그러면서 "그 당시 B 형이 나온 것은 범죄 현장에 있던 담배꽁초나 먹다 남은 우유팩이나 버려진 휴지 등을 수거했다. 이 중에서 B 형이 몇개가 있었는데 이것을 범인의 혈액형이라고 특정 지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6차 사건의 피해자가 입었던 츄리링의 경우 B형이 나왔다. 그런데 이 츄리링은 남편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범인의 혈액형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용의자 혈액형에 대해)B형이라고 발표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주지방검찰청을 찾아 지난 1994년 처제 성폭행 살해 사건 당시 이춘재 수사 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1986년 9월 첫 번째 화성 사건 희생자가 나오기 직전 5개월간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7건이 이 씨와 연관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이춘재와 네 번째 대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3차례 부산교도소를 찾았지만, 이 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7차 사건(1988년 9월) 용의자를 목격했던 시외버스 안내양(당시 22)의 소재 확인에도 나섰다. 경찰은 당시 안내양과 버스 기사의 증언 등을 근거로 몽타주를 그려 전국에 수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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