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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금융당국 예의 주시 한국투자증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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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투자증권에서 고용보험기금을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해 은 후보자에게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올해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증권사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투자증권. 뭐가 문제길래 금융감독당국 시각이 이리 호의적이지 않을까.

매경이코노미

사상 최대 이익을 노리는 한국투자증권(박스 사진은 정일문 사장).


▶고용보험기금 손실 어쩐 일?

▷DLS 잘못 투자해 476억원 날려

한투증권이 금융당국에 결정적인 감독의 빌미를 제공한 계기는 고용보험기금 관련 투자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7월 10년물 독일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상품(DLS)에 고용보험기금 584억원을 투자했다 476억6000만원을 날렸다. 원금의 80%가량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지상욱 의원은 이와 관련 “고용보험기금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82% 손실을 본 데 대해 한국투자증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고용보험기금은 기관투자자인데 한국투자증권 꼬임에 넘어간 것인지, (고용보험기금이) 알고 투자한 것인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기금은 통상 다소 보수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벤치마크지수 대비 약간 높은 수익률을 내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한국투자증권은 좀 달랐다. 공공기관 기금을 갖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다 손실을 냈다.

물론 쟁점은 있다.

고용보험 DLS 투자 손실 책임을 꼭 한투증권이 모두 지는 것이 맞는가 여부다.

은 위원장도 한투증권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관투자자인 고용기금이 한투증권 설득에 의해 그런 투자를 한 것인지, (고용기금이) 알고 투자한 것인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한투증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명예스러운 평판을 얻게 된 것만큼은 자명하다.

금융위는 조만간 관련 문제를 조사기관인 금감원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한창 DLS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권이 술렁이는 시점에 한투증권이 또 금감원 조사 대상이 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투증권은 ‘이전에도’ 문제를 일으켰는데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을 보면 회사 시스템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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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문제 일으켰다?

▷벤처투자하랬더니 대기업 총수 지원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전에도 문제를 일으켰다”는 부분이다.

한투증권은 상반기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발행어음(잠깐용어 참조)을 대기업 지원하는 것에 사용했다고 해 인가 취지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전모는 이렇다. 2016년 정부는 ‘혁신자본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일환으로 초대형 IB 요건을 갖춘 증권사에 한해 발행어음 사업을 허가했다. 한투증권은 관련 기준을 충족해 1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발행어음 잔고를 5조7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리며 발행어음 수익만 연간 9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다양한 투자금융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혁신자본’, 즉 중기벤처 지원 등에 흘러들어가기를 바랐던 애초 취지와 달리 한투증권이 특정 대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발행어음을 활용했다는 데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8월 SPC 키스아이비제16차에 발행어음 자금 약 1670억원을 대출해줬다. SPC는 최태원 SK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해당 금액을 SK실트론 지분 19.4%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TRS는 총수익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매수자에게 넘기는 대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거래를 말한다. 쉽게 말해 SPC가 대기업 총수 자금조달 창구가 된 셈이다. 한투증권은 SPC에 발행어음을 발행해준 것으로 이후 용처에 대해서는 ‘상관할 바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했다. 증권사는 약정이자만 받으면 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은 이 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한 효과를 얻게 됐다. 그래서 한투증권이 실은 최 회장 측으로부터 확정이익을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발행어음의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금감원의 한투증권 종합검사 결과를 토대로 과태료 5000만원 부과를 골자로 한 조치안을 의결했다. 애초 발행어음 사업 위반이라며 기관경고 등의 중징계안을 주장해왔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조치는 경감된 측면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애초 초대형 IB를 만든 취지는 모험자본을 활성화해 중기벤처 산업에 자금조달 방법을 다양하게 해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한투증권은 대기업에 기대 손쉬운 영업으로 수익을 올리려 했고 이 부분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회에서도 문제 제기됐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금감원 자료를 바탕으로 발행어음 1, 2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9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 3년 이내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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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청문회 당시 한국투자증권 DLS 손실 여부를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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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문호 승승장구할까

▷‘닥공’경영 흔들릴 수도

증권사 상반기 최고 순익, 영업이익을 구가하고 있는 한투증권. 채권과 발행어음 부문에 이어 IB 수수료 부문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16%를 기록해 위탁매매 비중(10.5%)을 넘어설 정도로 상승세다.

다만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이 자칫 위험도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살금살금 흘러나온다.

NCR 지표가 특히 그렇다. NCR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수치다. 흔히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쓰이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투자회사가 위험 수준 대비 얼마나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권고 조치 기준은 통상 NCR 150%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NCR은 147.38%로 150%를 밑돌았다. 단기금융업(발행어음),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오히려 자본적정성 악화를 불렀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의 CEO 직접 조사, 회사 차원의 종합검사 등이 이어지면 조직 사기가 저하될 우려도 높다. 한편 한투증권은 공교롭게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건과도 연루, 영등포PB센터에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돼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조 후보자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 자금 흐름을 수사하던 중 진행됐다. 사상 최대 실적 기대에도 한투증권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매코미가 알려드립니다 *발행어음 회사 신용도를 바탕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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