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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대, 가로등 카메라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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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마트 가로등`을 넘어뜨려 부수고 있는 시위 참가자. /사진=AP연합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40] 홍콩 도심 곳곳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이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선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쇠톱을 든 시위대는 가로등이 보이는 대로 밑동을 잘라 넘어뜨린 뒤 가로등 내부에 물을 부어 작동을 못 하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 가로등이 시위대의 표적이 된 이유는 가로등에 부착된 고성능 카메라가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찍어 중국 정부에 보내고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도심 20여 곳에 설치한 스마트 가로등이 날씨·교통정보 수집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홍콩 시위대는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분쟁 지역인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 카메라 2억개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중국 정부가 신상을 파악한 시위 참가자들을 앞으로 계속 감시하고, 미래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신상을 파악당하기 싫은 시위대, 시위 참가자들을 감시하고 싶은 중국 정부 양측의 싸움은 오프라인 스마트 가로등을 넘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신상정보가 중국 정부로부터 수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어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말 시위 전 시위 경로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무력화하는 건 이제 홍콩 시위대의 필수 작업이 됐다. 홍콩 시위대는 페인트나 테이프를 들고 다니며 시위 경로에 있는 모든 카메라들에 칠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이용하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카메라들 역시 무력화 대상이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시위 참가자들은 교통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해 시위대의 움직임을 감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무력화할 때는 동료 시위대들이 우산을 펼쳐 현장을 가려준다. 무력화 작업을 하는 동료가 경찰 관계자들에게 감시를 당하고 사진을 찍히는 일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시위를 하면서도 경찰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올 경우 우산으로 자신과 동료들을 가린다. 애초에 홍콩 시위가 일명 '노란 우산 시위'로 유명한 이유도 시위대가 자신과 동료들의 신상을 보호하고 최루탄 등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란 우산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대중 속에서 사실상 우리들을 숨길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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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마스크, 고글, 헬멧으로 가리고 테니스채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받아치고 있는 시위 참가자. 옆에서는 신상을 보호하고 최루가스를 막기 위해 한 시위 참가자가 우산을 펼쳐 들었다. /사진=로이터연합


홍콩 시위대가 자신의 신상을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의상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에 나설 때 대체로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있으면 의상으로 특정 인물을 분간하기 힘들어지고, 얼굴을 가리면 사진을 찍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물론 스카프까지 동원해 목까지 꽁꽁 숨기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시위대 최전방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는 강경파의 경우 복장에 더 신경을 쓴다. 경찰에 신상이 파악돼 구속되면 홍콩법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감옥에 갇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찰과 대치할 때 최루가스를 막으면서 얼굴도 가릴 수 있는 가스 마스크를 쓰고, 헬멧과 고글까지 착용한다. 경찰관들의 감시를 방해하기 위해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서로 연락할 때도 시위대는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쓴다.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을 활용해 시위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시위대가 감시 카메라들을 부수고 신상 감추기에 나서는 건 홍콩 시민들이 그나마 절반뿐이던 자치권마저 잃고 점점 더 중국에 귀속돼 밀착된 감시와 통제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한 홍콩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홍콩이 중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눈물을 쏟아냈다고 WSJ는 전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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