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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객실 벽에 붙은 인테리어용 글자 하나가 떨어져 있자 한 남자가 휴대전화부터 켰다.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찍은 뒤 메모를 했다. '몇 호실 수정 사항'.
그렇게 수시로 호텔을 돌아보며, 또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메모를 한 것들이 쌓이고 쌓였다. 직원들은 메모를 전달받으면 즉시 수정했다. 빽빽히 적은 메모가 늘수록 고객들의 불만은 이상하게 줄어들었다. 개점 1년만에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이 고객들 사이 인기 호텔로 등극한 비결이다.
"삼성 노트펜이 이렇게 편리한 줄 미처 몰랐어요. 호텔 곳곳에서 자꾸 (휴대전화에) 적을 일이 생기다보니 알게 된거죠(웃음)."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을 운영 중인 김승석(사진) 에스앤비 대표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호텔 오픈 1주년을 맞아 김 대표를 만나봤다.
"냉정하게 말해 제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적이 참 많아요." 그 동안 호텔 운영을 해 온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고객이 체크아웃을 하면 4~5시간 만에 또 다른 고객을 맞기 위해 방 정리를 해야하잖아요. 그것도 완벽하게요. 호텔 오픈 초기 이런 위생·청결 측면에서 보면 제 기대에 65% 밖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걸까.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인피티니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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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호텔 명소로 각광받는 루프탑 인피티니풀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설계와 달리 인피티니풀로써 120t 물의 무게를 감당하려면 구조 보강이 불가피했다.
또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의 안전을 위해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 공사가 필수였다. 때문에 김 대표는 당초 생각한 비용의 3~4배를 더 써야했다. 당연히 직원들이 말렸다. 하지만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경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난생 처음 호텔 운영을 맡았던 그는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김 대표는 본래 부동산 개발 전문가다. 업계에서 다들 판매가 어렵다는 최고층·대형·고급 등의 수식어가 붙은 분양을 잇따라 완판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고객들은 짧은 기간 인근 지역에서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집을 보러 온 고객은 또 '사야 한다'는 목적성이 분명하다. 반면 호텔 고객들은 머무르는 목적이 다양하고, 그야말로 전국에서 방문을 한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해도 고객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마케팅 활동 대비 아웃풋(out-put)이 바로 나오기가 힘든 구조다.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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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매일 팔아야하는 객실은 825개. 객실 수로만 보면 국내 5위 안에 들 정도로 크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만 했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고민이 클 때마다 김 대표는 호텔 앞과 경인 아라뱃길을 거닐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같은 생각에 미쳤다. '호텔 야경을 상품화하면 성공할 것 같다'고.
실제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의 백미는 객실에서 김포 아라마리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데 있다. 객실의 70%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서울 시내 호텔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특급조망이다.
인근 요트장도 볼거리다. 요트 수십대가 한강에 둥둥 떠있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밤마다 펼쳐지는 현대유람선의 불꽃놀이 역시 빠질 수 없다.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을 호텔 객실에서 사랑하는 이와 감상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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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가 공을 들인 루프탑 인피니티풀에서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나이트 타임(Night Time)을 운영, 성인만 출입이 가능하게 했다. 아라뱃길의 석양을 한 눈에 담으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려는 연인들 사이 인기다.
"투자 측면에선 수업료를 톡톡히 치뤘어요. 하지만 고객들 사이 인피티니풀과 호텔 야경이 멋지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어요. 결국 이러한 것들이 호텔의 매력 요소이고 경쟁력이니까요."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올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위한 합숙 장소로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이 낙점됐다.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미인들이 한 달간 머물렀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호텔의 멋진 풍경이 대회 순간순간 지칠 법한 참가자들을 달래주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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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짧은 추석 연휴다. 하지만 '추캉스' 즉 호텔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려는 수요가 늘자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은 그 인기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객실 예약율이 일찌감치 90%를 넘겼다. 호텔 관계자들도 놀라는 수치다.
김 대표는 "우리 호텔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들로부터 굉장히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며 "실내 수영장도 통유리창으로 구성해 한강 조망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키즈 고객 눈높이에 맞춰 꾸민 객실은 정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예약 전쟁이다"고 말했다.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이 단 시간 인기를 끈 비결에는 가성비 높은 객실료를 빼놓을 수 없다.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호텔 슈페리어 룸의 가격이 1박 기준으로 10만원 가량이다.
물론 성수기 때에는 이보다 약간 올라간다. 그렇더라도 호텔의 규모와 서비스를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조식 가격 역시 '착하다'. 예약하면 1인당 2만원이 채 안된 가격에 특급호텔급 조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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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텔의 대중화'를 지향합니다. 호텔의 문턱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춰졌다고는 하지만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호텔의 대중화는 곧 '가격'에서 오는 거죠.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과감히 호텔 룸서비스를 없앴고요. 그만큼 원가절감을 하고, 인력관리 역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이 분명 5,6성급 호텔은 아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5성급 못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 투숙료는 저렴하다. 이 점을 누구보다 똑똑한 고객들이 먼저 알아봤다.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의 브랜드 로고는 '들 입(入)'자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멀리서 보면 이 로고는 '사람인(人)'자로도 보인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호텔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김 대표가 말했다.
사족 하나. 혹시 호텔이 싱가포르의 유명 호텔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답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로부터 호텔 상호명과 관련해 소송이 들어오긴 했지만 최근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측이 승소했다. 마리나베이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관광지명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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