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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연간 30만 대 전기차 배터리 부품 만드는 LS전선 폴란드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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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포드·FCA 등 외국 업체 공급용
배터리 부품 라인 따로 돌아가
3교대 24시간 주 6일 풀가동 중

조선일보

LS전선 폴란드 공장 전경.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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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현지시각)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 넘게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브로츠와프 공항. 입국장에 내린 시각은 오후 12시 40분이었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타고 왕복 2차선 시골길을 따라 남서쪽 독일 국경과 인접한 도시 지에르조니우프를 향해 달렸다. 차창 밖 풍경은 산이 거의 없고 넓고 푸른 평야지대였다.

1시간가량 이동하는 동안 옛 대우차가 만든 경차 마티즈도 서너 대 볼 수 있었다. 이는 과거 국내 대우자동차의 유럽 진출 생산기지가 폴란드에 있었다는 증거다. 지에르조니우프는 독일과 가깝다. 독일 수도 베를린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프랑크푸르트까지는 7시간 걸린다. 지에르조니우프는 인구 3만 명이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 같은 도시다. 브로츠와프에는 LG전자 클러스터와 LG화학 공장이 있다.

지에르조니우프 경제특구에서 올해 4월 가동을 시작한 LS전선 폴란드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 앞 주차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글로벌 기업의 공장도 간간이 보였다. LS전선 공장은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에 납품할 전기차 배터리 부품과 서유럽을 직접 공략할 광케이블을 모두 생산하는 곳이다. LS전선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첫 번째 생산 거점으로 정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LS전선은 2017년 말 지에르조니우프 경제특구에 있던 창고형 공장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이는 부지를 물색해서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신속하게 생산을 시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LS전선은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LSEVP)을 신설하고, 이어 같은 건물에 광케이블 생산법인(LSCP)도 설립해, 통합 운영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 LS전선의 두 가지 핵심 사업장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난 LS전선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폴란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과거 대우차의 흔적도 남아 있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며 "폴란드는 자동차 제조 강국인 독일과 인접한 데다 인력 수준 대비 인건비가 낮아 장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폴란드인은 과학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이스턴유럽(동유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센트럴유럽(중부유럽)’이라고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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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폴란드 공장 내부. / 김문관 차장, 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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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97%가 현지인…능력 뛰어나

처음 들어선 공장 2층 사무실에서는 4명의 폴란드 엔지니어들이 손바닥만 한 부품을 만지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LS전선 관계자는 "인근 브로츠와프 공대의 교육 수준이 높아서 그곳 출신 엔지니어를 선호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독일 영토였던 이곳은 (독일의 시스템이 남아 있어서인지) 지금도 독일에 비해 인적 자원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공장 직원의 97%는 폴란드인이다.

이어 공장 1층에 있는 LSEVP 사업장으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넓은 공간에 병렬식으로 생산라인 2개가 갖춰져 있었다. 10여 명의 폴란드 현지 직원이 전기차 배터리 모듈과 셀 제조에 필요한 부품 인터커넥션보드(ICB), HV커넥터, 버스바(Busbar) 등을 만들고 있었다. 민감한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만큼 공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몸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곳에서는 부품 조립→솔더링(납땜)→코팅→검사→출고의 순으로 공정이 진행된다.

한쪽에는 한국에서 들여온 각종 자동차 정밀기계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이 앞에서 폴란드 엔지니어들이 시제품을 일일이 검사한다. 이 공장은 이미 연간 전기차 30만 대에 장착되는 배터리 부품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1번 생산라인에서는 포드 전기차, 2번 생산라인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전기차의 배터리 플랫폼(차량의 기본 체계·뼈대)에 맞춘 부품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미 시제품을 내놨지만 통상 1년여가 걸리는 유럽의 전기차 부품 인증까지 마쳐야 고객사인 LG화학의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에 공식 납품할 수 있다. 그러면 LG화학은 배터리 팩을 최종 완성해서 전기차 업체에 공급하게 된다.

이곳에는 7개의 직사각형 선만 그려진 빈 곳도 많았다. 이 공간은 앞으로 수주할 전기차별 배터리 플랫폼에 맞춰 추가 설비를 설치할 자리다. 이동욱 LS전선 폴란드 법인장은 "1·2번 생산라인에서 전기차 차종별 플랫폼 설계도에 따라 배터리 부품 시범 양산 조건까지 설정해 놨고, 연내 유럽 인증을 받으면 2020년부터 곧바로 양산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2개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2개 프로젝트가 추가로 확정되는 등 내년 1분기까지 9개 생산라인이 모두 채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7년 LS전선이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주요 수요처인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장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LS전선도 현지에서 맞춤형 부품 생산 체제 구축에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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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폴란드 공장 내부. /김문관 차장, 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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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케이블 프랑스·이탈리아로 수출

1층 다른 사업장에 들어섰다. 이곳은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과 같은 건물에서 벽을 마주하고 있는 광케이블 생산법인(LSCP)이다. 이곳에서는 12가지 색상의 광케이블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유리를 가공해서 만든 0.1㎜ 굵기의 투명한 광섬유를 폴란드로 가져와 수요처별 맞춤형 광케이블로 가공하는 곳이다. 광섬유 1가닥이 1만 가구 인터넷을 수용한다.
현지인 직원들은 광케이블을 튜브 안에 6~36가닥씩 넣어 포장하고 있었다. 케이블 수 등 특성에 따라 구분하기 위해 튜브에 검은 점을 1~2개씩 찍기도 했다. 이어 여러 개의 튜브를 다시 묶은 뒤에 방수·보호막 성격인 검은색 외피로 감싸면 통신용 광케이블 완제품이 나온다.

광섬유가 튜브와 외피라는 두 번의 가공처리를 거치면서 통신용 광케이블 완제품 내부에 결과적으로 적게는 6가닥, 많게는 1000가닥 이상이 담긴다. 광케이블은 거리가 먼 곳에는 가는 제품이, 통신 사용량이 많은 대도시에는 전송량이 많은 굵은 제품이 각각 사용된다. LS전선이 수요처 요구에 맞게 폴란드 공장에서 다루는 자재는 1000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제품 품질과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다. LS전선은 제품 검사가 끝나면 포장 작업을 해서 라벨을 붙이고 보호대를 장착하며 설명서까지 붙인 뒤에 출하한다. 케이블 완제품 대부분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로 수출된다. LS전선 관계자는 "폴란드 공장 덕분에 까다로운 유럽 고객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고 물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장은 이미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느라 3교대로 주 6일 24시간 생산설비가 돌아가고 있다. 공장 운영 첫해인 올해부터 흑자가 기대된다고 한다. LS전선은 폴란드를 비롯해 전 세계 20여 개국 50여 곳에 생산공장·판매법인·지사·연구개발센터를 두고 글로벌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이동욱 LS전선 폴란드 법인장

"내년 공장 규모 2배로 늘릴 것"

조선일보

이동욱 LG전선(현 LS전선) 입사, LS전선 프랑스법인장, LS전선 폴란드법인장


"유럽 친환경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폴란드에 진출했습니다. 이르면 내년 중 공장 규모를 두 배로 키울 방침입니다."
이동욱(47) LS전선 폴란드 법인장은 6월 12일(현지시각) 지에르조니우프 공장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폴란드에는 현재 LG화학에 납품하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부품 업체 12개사가 진출해 있다. 희성정밀, 스타리온, 경신전선, 동양전자 등이다.

LS전선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유럽 진출 속도가 빨라야 했다. 이 법인장은 새로운 땅을 물색해 공장을 건설하는 게 아니라 브로츠와프 인근 지에르조니우프 경제특구 2만6450㎡(약 8000평) 용지 창고형 공장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서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연간 30만 대에 장착되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LS전선은 이곳에 통신용 광케이블 공장 신설 계획도 세운 뒤 즉각 실행에 옮겼다. 건물을 증축했고 설비를 들여와 300만f.㎞(fiber ㎞·광섬유 1심의 길이)에 달하는 통신용 광케이블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생산에 돌입했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던데.
"배터리 부품 사업은 LG화학을 통해 수주하는 부품 공급 계약이 이미 몇 건 체결돼 있다. LS전선은 유럽 고객사 전기차 양산 시점에 맞추기 위해서 이곳으로 진출했으며 이미 시제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인증 과정만 마치면 바로 양산에 돌입해 LG화학 공장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폴란드의 장점은 무엇인가.
"폴란드는 각종 인프라와 영어 구사 능력, 공업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다. 인건비도 서유럽에 비해 낮고 인구도 약 4000만 명으로 이웃 헝가리(약 2000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폴란드 정부는 투자 금액의 평균 25%에 달하는 법인세도 감면해주고 있다. 다만 법인세 감면율은 회사 규모와 공장 위치 등에 따라 다르다."

첫 유럽 진출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
"큰 어려움은 없다. 폴란드 정부에서 투자가 활발한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이 있어 지원을 잘해 준다. 약 10년 전부터 LG그룹 계열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관계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 예상보다 상황이 좋아 사업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고용 인원을 현 120명에서 올해 말 200명, 내년 말 300명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폴란드 직원 역량은 어떤가.
"현지 엔지니어의 기량이 뛰어나다. 또 아시아 기업이 유럽에 진출하려면 각국 규제에 대한 내용부터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규제의 강도와 적용 범위가 나라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갑자기 모든 걸 파악하기는 어렵다. 직원 중 그런쪽 노하우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 공장 설립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들 덕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10개월간의 본격적인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4월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현재 직원 120명 중 4명만 한국인이다. 인도와 중국에 비해 보다 빠르게 정착할 수 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LG화학에서 1차로 수주한 배터리 부품을 제대로 생산할 계획이다. 폴란드 현지 법인은 현재 2만6446㎡(8000평) 규모인데 다른 국가에 설립된 공장의 경우 평균 6만6000㎡(2만 평)다. 이미 2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공장을 두 배 규모로 확장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케이블과 부품 생산도 강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폴란드 에너지 공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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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르조니우프(폴란드)=이코노미조선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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