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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웹툰이 드라마로, 드라마가 영화로..."콘텐츠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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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드라마로, 드라마가 영화로 바뀐다
흥행 실패 가능성 낮고 젊은 층 사로잡기 좋아
"영화계 문화로 굳어지면 창작 저해 가능성도"

한 남성이 쇠로 된 문을 열고 스산한 분위기의 고시원에 들어선다. 그는 말을 더듬는 남성, 이유 없이 욕을 하는 남성을 본 뒤 찝찝한 기운을 지우지 못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도피하듯 올라온 서울에서 이 남성은 하루하루 공포에 질려간다.

지난달 31일 시작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내용이다. 한 포털 웹툰에서 누적 조회 수 8억 뷰를 기록했던 동명의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다. 임시완, 이정은 등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높은 싱크로율에 첫 방송 시청률은 4.2%를 기록하고, 비지상파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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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한 장면. 유명 웹툰을 리메이크했다./ 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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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인은 지옥이다’처럼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재해석한 작품이 대세다. 탄탄한 줄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 공개되기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시청자들은 캐릭터와 배우가 얼마나 닮았는지, 새로운 내용이 무엇인지 세세히 살피며 콘텐츠를 즐긴다.

영화관에는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2014년 나왔던 OCN 드라마를 모티브로 한 ‘나쁜녀석들: 더 무비’다. 영화는 교도소 호송 차량이 전복돼 죄수들이 탈출하는 내용으로 마동석, 김상중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다. 드라마 속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와 세계관을 유지하되, 차별점을 위해 곽노순(김아중)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넣었다.

그간 영화를 드라마로 바꾸는 사례는 많았지만 드라마를 영화화한 사례가 드물어 ‘나쁜녀석들’에 대한 주목도는 높은 편이다. 나쁜녀석들이 흥행하면, 드라마를 영화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 중 어떤 내용을 버리고, 남길지 선택이 쉽지 않다"며 "그간 영화를 드라마로 바꾸는 경우는 많았어도, 드라마를 영화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도 웹툰 기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은 천계영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좋알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삼각관계 이야기다. 웹툰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변신한 덕에 전 세계 190개국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에 맞게 바꾸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작품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포털 웹툰에서 조회수 최상위권을 기록했던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이달 20일, ‘조선 로코-녹두전’은 30일 첫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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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녀석들 : 더 무비’


인기 작품을 다른 버전으로 재가공하는 이유는 흥행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팬층이 형성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기존 팬층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주호민 작가 웹툰 ‘신과함께’를 바탕으로 만든 ‘신과 함께 죄와벌’, ‘신과 함께 인과연’은 총 26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계 역사를 바꿨다.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도 기존 원작 만화 팬을 흡수한 게 성공 기반이 됐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대중적인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을 끌어들이기에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되면 창작 시나리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현재 일본은 드라마 흥행작만 리메이크해 오리지널 영화가 사라졌다"며 "흥행한 웹툰, 드라마를 영화로 바꾸는 현상이 지속되면 창작을 저해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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