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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추석에 뭐하지?…인천 ‘오래된 가게’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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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개항 역사 품은 먹거리·볼거리 풍성

‘복고 열풍’에 낡은 건물 개조 ‘카페’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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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인천사람도 모르는 숨겨진 ‘오래된 가게’들이 많습니다. 70여년 한자리에 있는 중국 전통 과자점을 비롯해 수십 년 세월 손 떼 뭍은 헌책방, 120년 된 일본 가옥이나 방직공장을 개조한 카페 등 복고 감성을 물씬 풍기는 공간들이죠. 인천관광공사가 추석을 앞두고 제작·배포한 ‘인천 빈티지로드’ 책자에 소개된 인천의 빈티지한 ‘오래된 가게’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제 인천의 근·현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떠나 볼까요.

■ ‘거대한 변화의 바람’ 개항장, 지금은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된 이후 인천지역은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항구 주변에는 청, 일본,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조계지가 형성되면서 외국인 집단 거주지가 형성됐고, 근대식 호텔과 학교, 은행, 극장 등이 들어섰습니다. 인천 중구에는 이때 지어진 근대건축물 여러 채가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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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장 문화거리에는 1880년대 말~1890년 초 지어진 3층짜리 일본식 주택을 개조한 카페 ‘카페팟알’이 있습니다. 지은 지 120년쯤 되는 건물입니다. 원형이 잘 보존된 이 건물은 해방 전까지는 인천항의 하역 노동자를 공급했던 하역회사 사무소 겸 주택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아래 고달팠던 노동자의 삶의 흔적이 어린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전통식 바닥 구조인 다다미방 형태 그대로 보존된 2~3층도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메뉴인 팥빙수와 단팥죽 등을 비롯해 머그잔, 엽서, 메모지 등 다양한 문화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장항 주변에는 차이나타운도 있습니다. 개항 이후 제물포지역이 청나라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설정되면서 형성된 곳입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음식점으로 채워졌습니다. 짜장면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고, 하얀짜장, 양꼬치, 공갈빵, 화덕 만두 등이 유명합니다. 1957년 문을 연 중국 코스요리 전문점 ‘풍미’는 화교 출신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화교 가족이 4대째 운영하는 복래춘(1951년 개업)은 ‘공갈빵’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곳으로 알려진 중국 전통 과자점입니다. 3대 사장이 빵 속이 텅 비어 있어 ‘공갈친다’는 항의를 받고, 그 뜻을 몰라 그냥 ‘공갈빵’이라고 이름 붙여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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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역사 담은 먹거리·볼거리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인 중구 신포국제시장에는 100년에 이르는 역사만큼이나 풍성한 먹거리와 오래된 점포들로 가득합니다. 이 시장은 개항기 때 중국 화교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길러낸 채소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제화 전문 ‘의흥덕 양화(가죽구두)점’은 1940년 초반부터 명맥을 잇고 있는 곳입니다. 중국 전통 신을 한국식으로 개량한 여성 플랫슈즈가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발등에 큐빅과 구슬로 꽃수를 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성광방앗간’(1947년 개업)은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소문난 맛집입니다. 현재 3대가 운영 중인 이 곳은 백설기 속에 꿀을 첨가한 ‘꿀설기’가 최고 인기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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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음식을 파는 오래된 가게도 많습니다. 함경도에서 월남한 3형제가 차린 서울 종로 평양냉면집의 분점인 ‘경인면옥’(1946년 개업)은 3대째 함경도식 냉면의 맛을 고집합니다. 황해도 실향민이 운영하는 ‘신신옥’(1958년 개업)은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로 끓인 튀김우동과 붕장어 튀김이 일품입니다.

■ 낡은 건물 ‘개조 열풍’ 싸리재 명소로 신포국제시장이 지나는 길목에 192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인천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 ‘싸리재’가 있습니다. 싸리재는 애관극장에서 동인천역을 연결하는 고갯길입니다. 쇄락한 싸리재 일대가 최근 ‘복고 열풍’을 타고 옛 정취를 현대적 감각으로 살린 카페거리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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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일제의 소금창고였던 건물을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조한 ‘잇다스페이스’를 비롯해 1950년대 지어진 양장점을 개조해 전시장으로 꾸민 ‘플에시스막 인천’, 이비인후과 병원 건물을 카페로 만든 ‘브라운핸즈 개항로’, 백열전구를 만들던 폐공장을 고쳐 엘이디(LED) 백열전구를 접목한 문화공간 카페 ‘일광전구라이트하우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70년 전통의 ‘삼강설렁탕’(1946년 개업), 문구 백화점 ‘칠성문구사’(1961년 개업) 등 싸리재가 명성을 떨치던 당시 개업한 터줏 가게도 가업을 잇고 있다.

■ 스토리텔링이 무한 경쟁력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에 있는 동구 배다리마을도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경인선 철로가 놓이기 전 인천의 대표적인 서울로 가는 통로였습니다. 해방 직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헌책들이 배다리마을로 유입되면서 헌책방거리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1960~1970년대에는 헌책방이 4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린 이곳에는 현재 5개의 서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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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때 지어진 100년 넘은 학교와 교회 등 건물이 잘 보존된 배다리마을에는 수년 전부터 문화·예술인들이 공방 등을 열면서 색다른 공예거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배다리삼거리 지하상가에는 한지·규방공예·천연염색·도예 등 전통공예 공방과 천연비누·천연화장품 등 수공예 공방 등 60여개 점포가 모여 있는 ‘배다리전통공예거리’가 있습니다. 각종 공예체험도 가능한 곳입니다. 매일 주인이 바뀌는 ‘요일가게 다 괜찮아’도 눈에 띄는 가게입니다. 수공예, 책방, 카페, 전시실 등 요일마다 업종이 바뀝니다. 1905년 지어진 벽돌 건물을 지역 예술인들이 빌려 활용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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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광복 이후 주한 미군이 주둔한 부평 미군부대 기지촌, 현재 부평시장나들길 주변에는 밴드와 가수 등이 활동하는 클럽이 성황을 이뤘습니다. 우리나라 클럽 문화의 장을 열었던 부평시장나들길에는 1960년대 당시 30여곳의 클럽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대부분 자취를 감췄지만, 라이브카페 ‘록 캠프’(ROCK CAMP·1997년 개업) 등이 새로운 클럽문화의 부흥을 이끌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오래된 가게가 궁금하다면, 인천관광공사 누리집에서 ‘인천 빈티지로드’ 책자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인천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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