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 "회사 성장에 한·일 연구원 30명 결정적 역할"
홈피서 'LG화학 출신' 밝혀…韓 배터리 산업에 부메랑
스웨덴의 노스볼트 연구실에서 동양인 남성 직원들이 모여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30명이 넘는 한국인·일본인 엔지니어들이 노스볼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노스볼트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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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국내 업체를 제치고 독일 폭스바겐과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기로 한 스웨덴 배터리 업체의 고속 성장에는 한국에서 이직한 LG화학 직원의 핵심적인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의 우수한 인력이 유출돼 앞으로 한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홈페이지의 회사 연혁을 통해 현재 30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연구원이 자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볼트는 해당 한국인이 누군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는 배터리 관련 연구 경력이 있는 전직 LG화학 직원이라고 본다. 실제로 해당 페이지에서 노스볼트는 현재 직원들의 대표적인 전 직장 7곳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이 중 한국과 일본 기업은 LG화학과 파나소닉뿐이다. 모두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다.
노스볼트가 현재 자사 직원들의 대표적인 전 직장 7곳을 언급한 모습. 맨 아래줄에 'LG화학'과 '파나소닉'이 언급됐다.(노스볼트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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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스볼트는 지난 2017년 배터리 연구팀이 처음 구성됐던 상황을 설명하며 이 한국인 직원 등이 자사의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a crucial role)'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스볼트의 핵심인 이들 한·일 연구원 30명은 전체 직원 250명(2019년 봄 기준)의 10%를 넘는 등 숫자 면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인 연구원의 대부분이 LG화학 출신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각각 언제 이직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노스볼트 설립 초기인 2017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자동체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노스볼트에 9억유로(약 1조18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올해 초부터 폭스바겐과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아직까지 성사됐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노스볼트가 설립된 지 2년 만에 이렇게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웨덴으로 건너간 LG화학 출신 직원들의 역할이 있었던 셈이다. 현재 LG화학은 이와 비슷한 구조인 SK이노베이션과도 인력·기술 유출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이다.
노스볼트가 자사의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한국인·일본인 직원들이 '결정적인 역할(a crucial role)'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노스볼트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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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 배터리 업계 인력이 해외로 건너갔다가 다시 한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현상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중국 헝다그룹은 지난 9일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으로 '5년 이상 해외 자동차 동력전지 회사업무 경험'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는 한국 기업보다 2~3배 높은 연봉을 보장하고 인력을 빼가려는 의도로 본다.
해외 경쟁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의 우수한 인력에게 눈독을 들이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도 마땅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기업들이 소송전을 치르는 가운데 국내 핵심 인력들은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며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해외 배터리 업체가 성장하다보면 한국의 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며 "물론 인력이 갔다고 해서 당장 기술이 유출됐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게 인력이 많이 가다보면 정말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헝다그룹이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으로 '5년 이상 해외 자동차 동력전지 회사업무 경험'(아래에서 세번째 줄)을 요구하고 있다.(헝다그룹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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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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