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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여기서 차례라도 지내야죠" 70m 건물 위에서 맞는 쓸쓸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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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조원 2명 영남대의료원 옥상서 74일째 농성 "투쟁 계속"

연합뉴스

74일째 고공농성
(대구=연합뉴스) 박문진(59·오른쪽) 영남대의료원 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3) 부지부장이 영남대병원 70m 높이 옥상에 서 있다. 2019.9.12 [박문진 영남대의료원 노조 지도위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나쁜 딸년이에요 전. 그냥 여기서 이렇게 마음속으로 차례를…."

추석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영남대의료원 노조 박문진(59) 지도위원은 병원 건물 옥상에서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박 지도위원과 동료 간호사인 송영숙(43) 노조 부지부장은 지난 7월 1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동참한 이래 74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박 지도위원은 85세 모친을 떠올리며 "엄마는 제가 캄보디아에 의료봉사를 하러 간 줄 알고 계신다"며 "옥상에서 과일이나 차라도 올려 차례를 지낼까 싶다"고 말했다.

송 부지부장은 "아직 추석 전이라 가족과 따로 통화는 못 해봤다"며 "옥상에 올라올 때 모든 게 해결돼야 돌아갈 테니 아예 마음 비우라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름 내내 옥상 아침 기온은 49.9도를 찍었다. 이들이 가지고 올라간 온도계 최곳값이다.

박 지도위원은 "처음 두 달은 씻을 물이 없어서 땀띠나 진물이 났다"며 "너무 힘들어서 해가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70m 높이라서 바람도 강했다. 그는 "어떨 때는 바람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라며 그간의 고난을 전했다.

2주 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찾아와 간단한 건강검진을 해줬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

박 지도위원은 "노조 활동을 하는데 목숨을 거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며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 노조를 파괴하는 등 사태를 극악무도하게 몰고 가고 있다"고 했다.

또 "생명을 존중하고 가치로 여기는 병원에서 기본적인 노사 관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했다.

송 부지부장은 "노동자만이 아닌 환자, 보호자들을 위해,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시민들도 알아주시고 지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남대병원 70m 옥상서 해고자 2명 고공농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 사람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 소속으로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노조 원상회복,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2007년 2월 해고됐다.

노사는 오는 17일부터 열흘간 세 차례 사적 조정을 앞두고 있다.

조정인인 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최성준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이 조정 기간 안에 조정안을 제시하면 노사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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