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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철원군 “우량농지·조수류 서식지 가치 없어 축사 허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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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축산 폐수 한탄강 흘러들어…"주민들, 수질·취수장 오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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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양지리 일대 축산 폐수가 농업용 수로를 타고 흐르고 있다. (독자 제공) 2019.9.11/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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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뉴스1) 하중천 기자 = 청정한 자연 환경을 자랑했던 강원도 철원군. 특히 관내 평야는 농지·수로 정리가 우수해 우량농지 및 조수류 서식지로서의 보존 가치가 높다.

하지만 최근 철원군은 “양지리·오지리 평야가 우량농지·조수류 서식지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당시(2016년)에 축사를 허가한 것이다. 법적으론 문제될게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대규모로 들어선 70여개 기업형 축사로 인해 악취 피해는 물론 시커먼 축산 폐수가 한탄강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서 수년 째 벼농사를 해온 이모씨는 12일 “며칠전 비가 와서 양지리 인근에 새로 들어선 기업형 축사를 둘러보다가 시커먼 축산폐수가 농수로를 통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철원군에서 지도·감독을 수시로 한다지만 현실적으론 소용없다. 축사에서 매번 이렇게(몰래) 폐수를 흘려보내는 것을 어떻게 적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철원군 양지리 일대는 오대쌀를 생산하는 우량농지다. 농수로 시설도 전국에서 가장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애초에 축사 허가를 내줬으면 안됐다”며 “하지만 대규모 축사 난립으로 매년 겨울철 찾아오는 철새들도 보기 힘들고 땅값도 떨어지는 등 농민들의 고충은 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산 폐수 무단 방류가 지속된다면 인근 하천 오염이 걱정된다”며 “이 물을 모르고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경지의 피해가 당장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추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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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지리 평야에 들어선 대규모 축사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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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 무단 방류에 대해 철원군 청정환경과 관계자는 “축사의 불법행위(폐수 무단 방출)를 막기 위해 지도·감독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축사 현장에 배치된 감시단 활동을 통해 무단 폐수 방출을 단속하는 것이 현재 최선이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축사 허가에 대해 철원군 민원봉사과 관계자는 “어느 법에도 우량농지에 축사 행위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없다”며 “철원군 양지리와 오지리가 우량농지 및 조수류 서식지의 보존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철원군 재량으로 축사를 허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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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강원 철원군 양지리 수로현황 및 종착지 위치도.2019.9.11/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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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송읍 주민 김모씨는 “양지리 축산 폐수가 농수로를 따라 흐르게 되면 대위리 산 662번지 근처로 최종 배출(한탄강)되는데 철원군 통합취수장과 거리가 3㎞ 이내다”며 “대량의 축산 폐수가 한탄강으로 흘러가게 되면 하천 자정능력 범위를 벗어날 경우 취수원 오염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철원군 관내 농수로를 주관하는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해당 농수로를 확인해 보니 철원군에서 표시한 농업용수 최종 배출지 방향(파란색 원)은 오른쪽만이 아니라 양방향이 맞다”며 “4~9월에는 대위리 쪽(왼쪽)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그 외 기간과 우기에는 오른쪽으로도 흐른다. 배출량이 많은 농수로(녹색 선)도 표시해야 하는데 군에서는 표시를 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원군 관내 농수로는 ‘ㄷ’ 자 형 콘크리트 구조로 돼 있어 축산 폐수가 섞여 흐른다면 자연정화가 되지 않은 채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원군 관내에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규모 기업형 축사가 들어섰다. 규모는 총 78건(18만805㎡)에 달한다.

이로 인해 악취·수질·토양 등 환경오염, 철새 서식지 파괴, 땅값 하락, 관광객 감소, 청정 이미지 훼손 등의 피해를 겪고 있어 주민들의 고충은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ha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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