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태풍 견디며 70여일째 농성중…"도공, 전원 직접고용 방침밝혀야"
고공농성장서 빨래하는 수납원들 |
한국도로공사에 '전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0m 높이 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요금수납원들의 투쟁이 추석 명절 연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부상 방면) 서울톨게이트.
톨게이트 지붕에 설치된 도로공사 자회사 홍보 등 대형 현수막이 지난 주말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풍에 여기저기 찢기고 엉킨 상태였다.
고공농성 중인 수납원들은 현수막이 도로로 날아가 떨어질까 봐 몇 시간 동안 줄을 잡고 있는 등 얄궂은 바람과 사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70여일째 캐노피 위를 지키고 있는 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의 목소리에도 지친 피로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도 위원장은 이날 서울톨게이트를 찾은 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천막도 바람에 찢어지긴 했지만, 묶여있는 줄이 많아 펄럭 거리만 했다"며 "하지만 현수막이 차로로 날아가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어서 이를 잡고 버티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톨게이트 고공농성장 |
도 위원장은 육체적 힘듦보다 심적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호소했다.
그는 "폭염은 폭염대로 겪고 태풍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대법원판결 이후 도로공사가 '전원 직접 고용' 방침을 밝히지 않은 데에 실망이 컸다"며 "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지상에 대기 중인 조합원들이 전달해주는 하루 두끼뿐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명절에 혹시 집에 갈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갖기도 했다"며 "도로공사 측의 발표를 듣고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집에 갈 수 없다'고 말해놨다"고 덧붙였다.
도 위원장은 "대신 대학생인 아들과 딸이 보고 싶어 추석 때 톨게이트를 찾아오라고 했다"며 "위에서라도 자녀들의 얼굴을 보며 위안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 등으로 구성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여성 노조원 41명으로 시작한 고공농성은 현재 15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7월 고속도로 쪽에서 바라본 서울톨게이트 고공농성장 |
이들 요금수납원은 6월 30일부터 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공 농성을 막으려 도로공사 측이 지상으로 향하는 철제계단에 설치한 가시철조망을 피해 당일 사다리차를 동원, 톨게이트 위 캐노피로 올라가 기습 농성을 시작했다.
도로공사는 하이패스의 보급확대 등 수납시스템의 자동화로 현재 수납인력을 본사가 장기간 떠안고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납원들은 자회사의 재정여건에 따라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는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본사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맞선다.
12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전체 요금수납원 6천514명 가운데 5천94명이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현재 자회사에 근무 중이고, 1천420명은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중 304명이 지난달 말 6년 만에 난 대법원판결을 통해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았다. 나머지 1천116명에 대해선 1·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직접고용 주장하며 서울톨게이트서 집회하는 수납원들 |
도로공사는 1천116명에 대해선 직접 고용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마다 사례가 달라 재판 결과를 모두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요금수납 업무를 자회사에 모두 넘겼으므로 본인이 수납업무를 원하면 자회사로 전환해주고, 본사 직접 고용을 원하면 도로공사가 부여하는 미화 등 업무를 부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도로공사 방침에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1·2심 소송이 진행 중인 이들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과 함께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요금수납원은 지난 10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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