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사고를 겪게 되면서 아이보다 더 순수한 반전 매력을 갖게 된 철수라는 캐릭터는 배우 차승원을 만나 매력이 극대화됐다. 그는 오랫동안 트레이드마크로 길렀던 콧수염을 과감하게 밀어버렸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진지함과 코미디를 이질감 없이 연기하는 차승원은 철수를 우리들의 히어로로 승화시켰다. 이런 역할에 차승원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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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개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배우는 자기를 찾아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캐릭터의 접점을 찾는 순간 인생캐를 만났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배우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안믿는다. 자신의 모습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배우라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차승원 하면 돋보이는 큰 키에 선명한 마스크,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로 인해 마초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소심한 면이 있다고 했다.
“사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편이다.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 tvN ‘일로 만난 사이’의 고구마 농장에서 노동요를 부르면서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눈치를 봤다. 현장에 가기 전 고구마로 수익을 거두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생각해 무조건 열심히 했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도 어느 정도 믿는다. 나는 5년전까지 B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둘째 아이가 A형이라 해서, 다시 검사했더니 AB형으로 나오더라. ”
차승원의 말을 들어보니 겉으로 보는 모습과의 간극이 제법 큰 듯 했다. 그는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10명도 안된다고 했다. “내가 계속 만나는 사람은 10명이 안된다. 나랑 맞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비춘다. 다니는 곳도 슈퍼마켓 등 몇 곳 안된다.”
“차승원은 코미디 (연기)는 잘 하는데, 다른 건 잘 안돼”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것(코미디)만이라도 잘하는 것이 좋다. 이제는 그런 얘기에 적응했다. 어떤 작품을 하건 약간 유머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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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모델라인 18기로 데뷔해 연기경력만도 20년이 넘었다. 배우로도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지만,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모델을 하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익히면서 내가 예능에서 운동을 하자고 제의했고, 요리는 그냥 시작해, 지금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차승원이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과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물었다.
“스트레스 해소책은 없다. 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는 좋은데, 여기서는 별로야’ 라는 식은 곤란하다. 기분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걸 조금 조절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사실 화를 내고 싶은데, 화를 내지 않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세다.”
그는 “지난 3년간 좋은 뉴스가 없다. 흉악한 뉴스,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약간 무섭다. 나에게 불똥이 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주변 사람이 잘됐으면 한다. 그게 나에게 돌아오는 거거든. 평정심을 말했지만 약간 불안하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이제 촬영장에서는 항상 선배 입장이다. 그 상태에서 관계 형성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장 선배니까, 먹을 것을 많이 사준다. 선배는 그 자체가 무언의 압박이 되는 거니까 그들을 엄청나게 칭찬한다. 빈말이라도 칭찬해주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될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게 돌아오더라.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 그래서 마음을 열게 된다. 죽고 못사는 일도 아니잖아.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열심히는 하되 그것에 집착하거나 아집을 부리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차승원은 배우의 능력과 상관 없이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게 궁극의 목표다.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
“연기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살아야 한다. 나는 부족하지만, 좀 더 성숙되면 좋겠다. 그래서 아름드리 나무같은 존재, 한번에 안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싶다. ‘배철수 선배님’ 하고 부르면 씩 하고 웃는데, 그런 느낌의 선배가 되고싶다. 인간을 바라보는 심성이 온화하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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