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아파트 냉장고서 모자 추정 주검 발견…경찰 수사

11일 새벽 천안서…가스 밸브도 파손

경찰 감식 중, 외부 침입 흔적 못 찾아

불이 난 아파트의 냉장고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로 추정되는 주검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5시22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ㄷ아파트 5층 화재 현장에서 남녀가 숨져 있는 것을 소방관들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근무자로부터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진화하는데, 주방 앞 바닥에 넘어져 있는 냉장고를 발견했다”며 “문이 열려 있어 확인해보니 안에 성인 남녀가 숨져 있었다. 가스 밸브도 파손돼 있었다”고 말했다.

천안 서북경찰서는 숨진 남녀가 이 아파트에 거주해온 ㄱ(62·여)씨와 그의 아들(35)로 추정하고 사망 원인과 화재 원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차 현장 감식을 해 아파트 출입문의 잠금장치가 모두 잠겨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 또한 숨진 주검을 검안해 묶인 흔적이나 자상 등 외상이 있는지를 살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타다 남은 1~2ℓ 크기의 플라스틱 용기를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와 연관성이 있는지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냉장고 안에서 주검이 발견된 것은 일반 변사사건과 다르지만, 집 안에서만 작동시킬 수 있는 보조 걸쇠도 잠겨 있었고, 가스 밸브는 파손 이유가 화재 때문인지 고의로 자른 것인지 정밀 감식이 필요하다”며 “아파트는 이사할 집처럼 정리돼 있었고 냉장고에 음식도 없었다. 탐문수사와 감식, 부검해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는 이날 새벽 6시3분께 100여㎡ 아파트 거실 내부를 모두 태우고 진화됐다. 불이 나자 이웃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기도 했으나 모자로 추정되는 이들 외에는 사상자는 없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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