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액 5400억원…전력반도체 시장 조기 선점
최태원, 전기차 배터리·동박·충전소까지 전방위 투자
반도체 이은 ‘제2 캐시카우’ 매직 통할지 주목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 분야 사업에 공들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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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기차 ‘맹공’이 무섭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필두로 리튬이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금속제품)과 전기차의 고압 및 고온 환경에 강한 전력용반도체 웨이퍼, 전기차 충전소 보급까지 전방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고 시장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친환경 가치를 높이겠다는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 출사표=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지난 10일 미국 듀폰 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5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에 진출해 5~10년내 빠르게 성장할 시장을 조기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양사는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K실트론이 인수한 미국 듀폰 사의 웨이퍼 사업부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C 웨이퍼)를 중점 생산한다. SiC 웨이퍼는 실리카(SiO2)와 카본(C)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하는 인공 화합물 실리콘 카바이드를 소재로 한 웨이퍼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보다 강도가 세고 높은 전압과 온도에 견딜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된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등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차 및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9년 13억달러에서 2025년 52억달러로 6년내 4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빠른 시장과 기술 진입을 위한 것으로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기술 자립화 노력에 부응하는 통큰 결단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사의 전력용 반도체 웨이퍼 사업부를 5400억원에 인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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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전기차 매직 통할까= 최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급증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배터리와 동박, 충전소 보급 등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중국 배터리 신규 공장 증설에 5799억원 출자를 결의했다. 내년까지 중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000억원, 헝가리 코마롬 공장에 총 1조7800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SK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SKC도 지난 8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세계 1위 업체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정유업계 1위 기업이자 국내 최대 주유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연내 20개 주유소, 내년까지 총 40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2023년에는 190개소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소재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최태원 회장 특유의 과감한 투자로 전기차 분야 사업이 그룹의 캐시카우가 된 반도체에 필적할 만한 성장동력이 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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