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알선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구 S신협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전경. 김민규기자 whitekim@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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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유명 신용협동조합(신협)에서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 불법사금융(사채)을 공공연하게 알선해 물의(본보 3일 15면, 6일 14면)를 일으킨 가운데 신협 측 해명과 달리 최고위층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단순한 묵인 방조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는 것이다. 관련법에 따라 임원 해임권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사안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검사에 나선 금융감독당국은 단순 경고 정도로 끝냈다. 봐 주기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대구 S신협의 요청으로 수년 간 사채를 알선했다는 박모(53)씨는 “대출담당자 B과장의 요청에 따라 신협이 기성금대출(공사진척 정도에 따라 해 주는 대출) 후 막바지 공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자에게 전주를 연결해 주었다”며 “자체 규정상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현장이지만 단기간 급전을 융통해주면 마무리할 수 있는 곳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자율은 높았지만(월 3% 내외) 1~3개월 정도 쓰고 갚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며 “물론 관련법 위반인 점은 알지만 신협은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어서, 건축주는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소개인은 수수료 수입을, 전주는 금융기관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 서로서로 불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채알선 과정에 대해선 “빌라건축 같은 것은 땅 말고는 등기가 되지 않은 무형의 자산인 셈이어서 신탁회사에 명의를 넘겨 관리신탁을 한 다음 수익권증서에 우선수익자 1순위로 신협, 2순위로 사채업자를 올리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근저당설정과 달리 2순위수익권자가 불응하면 1순위도 채권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반드시 1순위의 동의가 있어야 2순위 등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협 채권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채무자의 요구로 구체적 내용도 파악하지 않고 신협이 사채업자를 2순위로 등재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다. S신협 측은 본지 보도에 대해 “담당직원과 채무자간에 벌어진 일로, 경영진에선 불법사채인지 몰랐다”며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박씨와 B씨는 이후 원수지간처럼 관계가 악화했다. B씨의 진정에 따라 박씨는 대부업법 위반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B씨가 박씨 등 소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주를 알선했다가 갚지 못하는 ‘사고’가 난 게 화근이었다. 반발한 전주 등이 B씨보고 “책임지라”고 압박했고, 견디다 못한 B씨가 진정한 것이다. B씨는 불법 사금융 알선을 시인했지만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박씨는 “B과장은 물론 조합장이나 전무 다 우리가 사금융을 알선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조합장은 되레 ‘B과장 잘 도와 주세요’라고 했다. 무슨 뜻이겠는가. 사채알선 잘 해 주란 말 아닌가. 2년여 동안 수십 차례 드나들면서 차 마시고 인사하고, 명절 때 작은 선물도 돌리곤 했는데 사금융알선을 몰랐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S신협과 경영진은 무탈했다. 한 민원인이 이들의 사금융알선행위를 금융감독원에 진정했고, 검사에 나선 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특별한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민원인에 회신했다.
민원인은 “명백한 봐 주기 감사로, 검경이 나서 일부 신협 등에 만연한 불법 사금융알선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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