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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중증 장애인은 가족 소득 있어도 생계급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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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정부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자들을 울리는 '부양의무자 조항'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조항이란 기초생활수급 신청자의 직계 1촌과 그 배우자들 가운데 월평균 321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3인 가구 기준)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다 주지 않던 규정이다.

중증 장애인 1만6000가구에 혜택

김한기(가명·32)씨는 지적장애가 심해 일자리를 못 구했다. 장애연금과 장애부가급여로 받는 월 34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따로 사는 부모가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금껏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김씨 같은 중증 장애인이 있는 가구에 부양의무자 조항과 상관없이 생계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단 부양의무자 중에 한 해 1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가 있거나 전 재산이 9억원 넘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내년부터 부모의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생계급여를 월 53만원씩 받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1만6000가구가 새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 5만6000가구도 추가·신규 혜택

정부는 자녀의 부모 부양 능력을 따질 때 아들·딸에 차등을 두던 것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어르신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때 신청자의 아들과 미혼인 딸은 자기 소득의 30%를, 기혼인 딸은 15%를 부모 부담에 쓸 거라고 가정하고 거기서 모자라는 액수만 지급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비율을 자녀의 성별이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10%로 낮추기로 했다. 복지부는 "기존에 생계급여를 받던 약 5만가구가 돈을 더 받게 되고, 약 6000가구가 신규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부양의무자 조항을 둔 것은 재정을 아끼고 도덕적 해이를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가족이 서로 부양하는 경우가 계속 줄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부양의무자 조항이 복지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조치는 그런 문제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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