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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르포]"정 교수님, 등록금 환불해주세요"…2주째 휴강에 "수업권 침해도 조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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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2주째 휴강’ 동양대 가보니
동양대 "수업지속 불투명…2주 더 휴강 시 폐강"
"남편은 ‘수업권 강조’했는데 부인은 휴강…또 조로남불"
與 의원 발언엔 "지방대 비하…학교 수준 아닌 ‘정의’의 문제"

"벌써 몇 번째인지, 이럴 거면 정경심 교수님이 차라리 폐강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등록금 환불해 주세요."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9일 오후 3시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캠퍼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강의가 배정된 대학본부 강의실 앞에 학생들 너덧 명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의실 문에는 정 교수의 수업이 휴강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주째 휴강을 ‘일방 통보’ 받은 학생들은 "결국 폐강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가 추석인데, 수업을 계속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이번 학기 정 교수는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영화로 보는 한국사회’와 목요일 오전 10시 ‘영화와 현대문학’ 선택 교양 수업을 맡고 있다. 두 수업 모두 정원은 60명으로, 중간에 철회한 1명 빼고는 정원이 다 찬 상태였다. 하지만 조 장관 사태로 지난주 두 수업 모두 휴강됐고, 추후 수업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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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 캠퍼스 강의실문에 정경심 교수의 수업 휴강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있다. /영주=박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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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달 말 학교에 9월 첫째주 휴강계를 제출한 뒤, 검찰에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인 7일 또다시 학교에 연락해 ‘10일 화요일로 예정된 수업을 휴강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도시문화콘텐츠학과 한 학생(21)은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으면 빨리 폐강 공지라도 해서 학생들이 다른 강의를 듣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조 장관은 대학 수업에 소홀한 ‘폴리페서’ 교수들을 수차례 비판했지만, 정작 부인이 남편 장관 임용 문제로 수업을 무작정 빠지고 있다. 이것 또한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업권 침해’ 비판 나와…"제대로 공지도 없어"
이날 학교에서 만난 동양대 학생 대부분은 정 교수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 교수의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교수 남편이 무슨 일을 하든, 우린 정 교수의 수업을 들으려고 학교에 돈을 내고 신청한 것"이라며 "학교 측에선 제대로 된 공지도 없어, 수업 당일 강의실에 가서야 휴강인 걸 알게 됐다. 학생들의 수업권만 침해당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의 ‘영화와 현대문학’ 수업을 신청한 1학년 학생(20)은 "지난 3일 개강 첫 수업 전까지도 휴강 공지가 없었다"며 "이후에도 휴강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석 처리가 될까 싶어, 수업 시간에 가서 전자 출석 체크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1학년 최지혁(20)씨는 "인기가 많은 수업이라 수강 신청도 힘들게 했는데, 조 장관 논란 때문에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정정 기간 전에 취소했다"며 "아직 강의를 취소하지 않은 학생들은 정정 기간도 끝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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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에 있는 정경심 교수 연구실은 문이 잠긴 채 비어 있었다. /영주=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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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석 이후라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동양대에 따르면 학기 중 강좌를 개설한 교수는 전체 학기 중에 최대 4주까지 휴강이 가능하다. 정 교수가 이번주 휴강을 이미 통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2번 더 휴강하는 경우 강의는 폐강될 수 있다.

동양대 관계자는 "정 교수가 주변인을 통해 지난 주말 학교에 ‘수업 불가’ 통보를 해와 학교 측에서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부터 정 교수와 친분이 없는 교수들 5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표창장 위조 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향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 교수의 거취 문제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 학생들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인 2011년 9월 11일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임용된 정 교수는 매 학기 3학점짜리 영어 선택 교양 수업을 두 과목씩 맡아 가르쳤다. 이날 교내에서 만난 학생들은 정 교수에 대해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도 잘하는 똑똑한 교수님"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 교수의 남편에 대해서는 "청와대 고위급 인사라는 소문은 있었다"고 했다.

올해 1학기 정 교수의 수업을 들은 1학년 이모(20)씨는 "수업 외에 여러 얘기를 많이 했는데, 본인이 이 학교에 온 것과 관련해 ‘남편이 동양대가 상당히 정겹고 분위기도 좋다고 추천해 오게 됐다’고 한 적이 있다"며 "자녀들의 영어교육법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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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 캠퍼스 전경. /영주=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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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라고 비하? 우린 ‘조국 딸’처럼 안 살았다"
‘총장상 위조논란’과 관련한 동양대 진상조사단의 발표가 있던 오후 3시 40분, 대학본부 건물 앞에 모인 학생들 일부는 "최성해 총장님,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익명을 요구한 동양대 2학년 재학생은 "동양대 학생들은 대부분 최 총장을 응원하는 입장"이라며 "외부 압박이 심할 텐데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덮고 넘어갈 순 없다’며 신념을 지켜 학생들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응원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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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교양 수업이 열리는 대학본부 건물 내부 모습. /영주=박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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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들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려대 학생(조 장관 딸)이 유학을 가든 대학을 가든 동양대 표창이 뭐가 필요하겠나"라고 말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사회복지학과 전모(22)씨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지방대 비하 발언"이라며 "고대 학생이면 우리 학교 표창장을 마음껏 위조해도 된다는 거냐. 이건 학교 레벨 문제가 아닌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1학년 재학생은 "누구는 지방대라고 비하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학교 학생 대부분은 조 장관 딸처럼 부끄러운 일은 벌이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우리나라 사회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은 뭐가 부끄러운 일이고, 뭘 비판해야 마땅한지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영주=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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