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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교육의 상향 평준화 이루는 날까지 달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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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체 ‘오내학교’ 회장 정동완 교사

서울과 비서울의 교육격차 극심

해소 위해 학교·교육청 찾아 특강

혼자선 어려워 교사 봉사단체 구성

교사 간 강의 나눔·정보교환 하고

지역 돌며 콘서트 등 함께 나눔 활동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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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비서울,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에서 서울이나 대도시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모두 함께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상향 평준화’를 외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함께 이 목표를 이루는 날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겠다.”

경남 김해 율하고등학교 정동완(40) 교사의 꿈이다. 정 교사의 길에 동참한 교사나 교육 전문가들은 주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임을 갖는 것조차 버겁지만, 에스엔에스(SNS)와 인터넷 등이 이들의 훌륭한 ‘아고라’ 노릇을 하고 있다.

영어→수능→진로진학지도 전문가로

정 교사는 경상대를 졸업한 뒤 부산 경원고에서 기간제 영어 교사로 첫출발을 했다. 그러다 임용시험에 합격해 거제제일중, 김해 대곡중을 거쳐 김해외고로 올라갔고, 지금은 김해 율하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첫 책은 교사로 근무한 지 5년 정도 된 2011년에 나왔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썼다. 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점을 파악해 자신이 공부하면서 깨달았던 방법을 담았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임 in 청크 리스닝>이 그것이다. 영어는 우리말과 달라 이해하기 어렵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I’m looking for my cell phone.’이라는 쉬운 문장으로 시작해보자.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않고 ‘I’m looking for’와 ‘my cell phone’을 각각 한 덩어리로 듣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낸 뒤 영어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재능기부 특강을 시작했다.

정 교사는 이 책을 발전시켜 2014년에 스마트폰 영어학습 앱 ‘청크영어’를 만들었다.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디지털 교과서 개발 지원비에 사비를 보탰다. 개발자를 섭외해서 수준별로 모두 8개를 제작했다. 원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고, 녹음 내용을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거나, 얼마나 많은 문장을 듣고 공부했는지 점수 내기도 할 수도 있다. 2만5천명 이상의 학생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고등학교 교사로 있다 보니 수능 지도가 필요했다.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문항에 집중했고, 학생들의 질문을 매일매일 기록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핵심 요점을 정리했는데, 이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책으로 빛을 보았다. 실전 기출문제, 변형 코드, 어휘 등을 다룬 시리즈로 20여권에 이르렀다.

또한 고3 담임을 맡으면서 진학지도를 해야만 했다. 엉터리로 해서는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연구했고, <나만의 학생부 만들기> 등 진로·진학 관련 책들을 써내기 시작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관심이 가장 많은 분야라 특강을 요청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졌다.

그간 연구한 청크영어와 수능 속독법 등을 더 많은 학생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교육방송>(EBS)에 영어 강사로 파견을 갔다. 하지만 영어 강의는 좀처럼 차례가 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정 교사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다른 유명 강사들의 강의 내용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는데, 파견 10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맡은 영어학습 특강, 진로·진학 방송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물론 그가 만드는 교재의 내용을 튼실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그는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 지 9년 만에 30권이 넘는 책을 출판했는데, 그중 10권 이상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가 이렇게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교사·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전문가들로 봉사단체 만들어

정 교사는 상향 평준화는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오래전 깨달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빠듯한데 학습·진학 관련 특강·콘서트까지 하는 것은 무리였다. 엄두를 내지 못하다 2017년 실행에 옮겨 ‘오늘과 내일의 학교’(오내학교)라는 단체를 꾸렸다.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이들과 함께 ‘진로 진학 학습 입시’(오늘과 내일의 학교)란 밴드를 운영한다. 오내학교 정회원은 120여명이고 밴드 회원은 1만5천여명이다. 교사들과 외부 전문가들 간에 강의 나눔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책을 같이 출간하기도 한다. 또 지역별로 돌아가며 교육 정보를 나누는 교육콘서트를 연다. 소외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콘서트는 모든 강사진의 재능기부로 하기 때문에 무료로 진행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습이나 진로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담도 해준다. 오내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연 콘서트는 5회다. 정 교사가 개인과 팀으로 학교,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들의 요청으로 진행한 특강·콘서트는 350여회에 이른다.

오내학교는 올해 대입 수시 접수에 맞춰 팟빵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진학주책쇼’(진짜 학습으로 주인공을 만드는 책방 쌤들의 쇼)라 이름을 붙였는데, 정 교사 등 교사 3명과 외부 전문가 2명이 나와 수시 모집의 노하우 등 진학 정보를 나눴다. 영남·호남·강원 등 지역별 교사나 전문가들이 나와 구체적인 경향과 전략들을 설명했다. 지난해 경향과 함께 올해의 흐름 등 현장감 넘치는 내용을 담았다.

정 교사는 “대학입시 당락에만 매달리지 않고, 각자의 개성과 특장점을 살리도록 안내하고 거기에 맞춘 학교활동을 충실히 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초등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초등주책쇼’(초등학생 등등한 자존감으로 주인공 만드는 책방 쌤들의 쇼)도 진행하고 있다.

정 교사는 내년부터는 진로전담교사로 새 길을 가게 된다. 진학지도와 미래의 학습을 더 집중적으로 연구하려는 뜻이다. 콘서트를 하다 보면 지역별로 필요와 반응의 차이가 크다는 걸 느낀다. 영어 특기를 살려 외국의 사례들을 번역하고, 한국의 좋은 사례는 외국에도 알릴 생각이다.

“교육 관련 좋은 정보들이 한곳으로 몰리고 공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되도록 지역의 많은 학생·학부모들에게 제공해 우리의 목표인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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