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與네티즌 이번엔 댓글 여론몰이]
'아내 PC에 총장 직인' 기사 뜨자 옹호 댓글 캡처해 추천 지시, 수십분만에 공감 1위 끌어올려
반발한 네티즌들 비판글에 '공감'… 몇 시간만에 순위권서 밀려나
친여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퍼 나른 댓글 추천 지시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옹호하는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추천을 누르자고 독려한다. /트위터 |
지난 7일 오후 8시 44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기사가 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에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사진 파일로 저장돼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동양대에서 받은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사였다.
기사가 올라온 지 20여 분 후, 해당 기사에는 조 후보자와 정 교수를 옹호하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 직인 내 책상에도 있다. 이게 기삽니까?? 전 국민 범죄자 만드나" "네?? 나도 사장 직인 파일 컴퓨터에 있는데요…????" "교사들도 교장 직인 가지고 있어요. 정말 이건 뭥미(뭐냐)???" "학교 컴터(컴퓨터)에 그 학교 직인 없는 컴터도 있나요…?" 등이었다. 이 댓글들은 수십 분 만에 '공감'을 가장 많이 얻어 댓글난 최상단에 노출됐다. 기사를 클릭해서 읽은 시민들이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여론이 높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당 댓글들은 이날 오후 9시 5~20분에 집중적으로 달렸다. 한결같이 "기관의 총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직인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동일한 논리를 폈다. 또 순식간에 수백~수천 번의 추천을 받았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아이디 중 다수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다른 기사에서도 공감 순위 상위권에 들어 있었다. 친여 네티즌들의 '댓글 순위 올리기' 작전이었던 것이다.
친정권 성향의 네티즌이 조직력을 동원해 대형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한 데 이어 특정 기사에 달린 댓글 순위를 유리한 방향으로 노출하기 위해 대거 동원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들은 '공감'이 많이 달린 댓글이 가장 위쪽에 노출되는 점을 노렸다.
우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사 링크를 띄우고 "여기로 와 달라. 심각하다"며 알렸다. 특정 댓글을 캡처해 추천, 비추천 지시를 내렸다.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댓글인 경우 "(추천을 눌러) 선플을 (댓글난 위로) 올려주세요"라고 했다. 반대로 불리한 댓글인 경우 "(비추천을 눌러) 악플 내려주세요. 금방 돼요"라고 했다. "여기(링크) 악플 내려가는 중. 조금만 더 (하자)"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그대로 복사돼 다른 계정이나 커뮤니티에 퍼졌다.
기사 게재 후 약 2시간 동안 이들의 작전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다른 네티즌이 "댓글 조작 그만하라"며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8일 오후 9시 현재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공감 순위 상위 5개는 조 후보자 측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친정권 측의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옹호하는 근거로 제시한 댓글이 의혹의 대상이다. 박 의원은 청문회에서 "서울대 장학금, 신청 안 해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나도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스누라이프 댓글 4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청문회 종료 후 스누라이프에는 "장학금 관련 게시글은 지난달 26일 오전에 올라왔는데, 박 의원이 제시한 댓글 두 개는 27일과 28일에 올라왔다"며 "뒤늦게 조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하루에 수백 개 넘는 글이 올라오는데, 유독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댓글이 며칠이 지나 달린 게 수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청문회 전에 해당 글에 달린 댓글 21개 중 박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2개는 뒤늦게 달렸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지 못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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