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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댓글 추천 누르세요" 지시하자 1위… 드루킹 뺨치는 조국 댓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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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與네티즌 이번엔 댓글 여론몰이]

'아내 PC에 총장 직인' 기사 뜨자 옹호 댓글 캡처해 추천 지시, 수십분만에 공감 1위 끌어올려

반발한 네티즌들 비판글에 '공감'… 몇 시간만에 순위권서 밀려나

조선일보

친여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퍼 나른 댓글 추천 지시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옹호하는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추천을 누르자고 독려한다. /트위터


지난 7일 오후 8시 44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기사가 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에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사진 파일로 저장돼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동양대에서 받은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사였다.

기사가 올라온 지 20여 분 후, 해당 기사에는 조 후보자와 정 교수를 옹호하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 직인 내 책상에도 있다. 이게 기삽니까?? 전 국민 범죄자 만드나" "네?? 나도 사장 직인 파일 컴퓨터에 있는데요…????" "교사들도 교장 직인 가지고 있어요. 정말 이건 뭥미(뭐냐)???" "학교 컴터(컴퓨터)에 그 학교 직인 없는 컴터도 있나요…?" 등이었다. 이 댓글들은 수십 분 만에 '공감'을 가장 많이 얻어 댓글난 최상단에 노출됐다. 기사를 클릭해서 읽은 시민들이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여론이 높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당 댓글들은 이날 오후 9시 5~20분에 집중적으로 달렸다. 한결같이 "기관의 총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직인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동일한 논리를 폈다. 또 순식간에 수백~수천 번의 추천을 받았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아이디 중 다수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다른 기사에서도 공감 순위 상위권에 들어 있었다. 친여 네티즌들의 '댓글 순위 올리기' 작전이었던 것이다.

친정권 성향의 네티즌이 조직력을 동원해 대형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한 데 이어 특정 기사에 달린 댓글 순위를 유리한 방향으로 노출하기 위해 대거 동원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들은 '공감'이 많이 달린 댓글이 가장 위쪽에 노출되는 점을 노렸다.

우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사 링크를 띄우고 "여기로 와 달라. 심각하다"며 알렸다. 특정 댓글을 캡처해 추천, 비추천 지시를 내렸다.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댓글인 경우 "(추천을 눌러) 선플을 (댓글난 위로) 올려주세요"라고 했다. 반대로 불리한 댓글인 경우 "(비추천을 눌러) 악플 내려주세요. 금방 돼요"라고 했다. "여기(링크) 악플 내려가는 중. 조금만 더 (하자)"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그대로 복사돼 다른 계정이나 커뮤니티에 퍼졌다.

기사 게재 후 약 2시간 동안 이들의 작전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다른 네티즌이 "댓글 조작 그만하라"며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8일 오후 9시 현재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공감 순위 상위 5개는 조 후보자 측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친정권 측의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옹호하는 근거로 제시한 댓글이 의혹의 대상이다. 박 의원은 청문회에서 "서울대 장학금, 신청 안 해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나도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스누라이프 댓글 4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청문회 종료 후 스누라이프에는 "장학금 관련 게시글은 지난달 26일 오전에 올라왔는데, 박 의원이 제시한 댓글 두 개는 27일과 28일에 올라왔다"며 "뒤늦게 조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하루에 수백 개 넘는 글이 올라오는데, 유독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댓글이 며칠이 지나 달린 게 수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청문회 전에 해당 글에 달린 댓글 21개 중 박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2개는 뒤늦게 달렸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지 못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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