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대...송환법 폐기 이어 행정장관 직선제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미 7명 죽었고 1200명 체포됐다”

“달걀로 높은 담에 작은 구멍 냈을 뿐”

“희망이 있어 투쟁하는 게 아니라”

“투쟁을 견지해야 희망이 있는 법”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언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위해 투쟁할 것

케리 람홍콩특구 행정장관의 4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공식 철회가 홍콩에 평화를 가져올까. 쉽지 않아 보인다. 홍콩 사태를 촉발한 송환법 철폐로 발화점은 잡았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번진 네 군데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인 까닭이다.

중앙일보

4일 홍콩의 여성들이 타이즈 지하철역에 꽃을 놓으며 묵념하고 있다. 타이즈역에선 8월 31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41명이 부상했다. 5명은 심각한 상태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대는 5대 요구 중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외에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시위 체포자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케리 람 장관의 발표에 친중 단체와 홍콩의 여러 상회(商會)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꽤 어두운 모습이다. 관영 신화사가 약 300자 정도로 짧게 소식을 전했을 뿐 중국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사에 대한 방증이다.

홍콩 시위를 주도한 세력 대부분 또한 반대 입장이다. 먼저 '밤의 시위'를 주도한 젊은 세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 리더 황즈펑(黃之鋒)은 “이미 7명이 죽었고 1200여 명이 체포됐다”며 “지난 3개월간 흘린 피와 눈물을 보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만을 방문해 홍콩 사태에 대한 지지를 구하고 있는 그는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들의 목표는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다. 2014년 우산혁명 때도 같은 목표를 추구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은 행정장관이 홍콩인의 손으로 뽑히지 않으면 제2, 제3의 송환법과 같은 홍콩인의 자유를 억누를 법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행정장관과 홍콩의 입법회 의원을 홍콩인의 직접 보통선거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중국과 영국이 체결한 홍콩 반환 협정에서 2017년 직선제 실시를 합의했는데 중국이 약속을 깼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기 집권 시절인 2014년 8월 31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 행정장관의 간선제 방침을 확정해 발표했다.

홍콩 정부와의 무력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아 용무파(勇武派)로 불리는 이들은 이제 케리 람을 넘어 시진핑 주석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송환법 철폐는 “달걀을 던져 높은 담에 작은 구멍을 낸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을 상대로 한 싸움에 승산이 있겠느냐는 주위의 회의적인 반응엔 “희망이 있다고 투쟁하는 게 아니라, 투쟁을 견지해야 희망이 있는 법”이라며 결사항전의 전의를 북돋우는 중이다.

중앙일보

홍콩 경찰들이 5일 전날 밤 시위대와 충돌이 있었던 포람 역에서 시민들의 소지품을 조사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교적 평화적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도케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폐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후즈웨이(胡志偉) 주석은 특히 케리 람 장관이 대화를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시위자 폭력을 비난하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는 점에 의심을 표했다.

그는 이는 “시민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케리 람 장관 “자신은 할 일은 다 했는데 일부 사람이 계속 시위를 계속한다"며 "그러면 할 수 없이 ‘긴급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구실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인권전선은 또 현재 “홍콩인이 가장 기본적인 요구는 독립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하는 것인데 이게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이 지난 15일 일요일에 다시 시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폐 발표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위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홍콩 정부가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는 자세를 취했기에 분위기가 어떻게 반전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홍콩 반환법 철회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홍콩 정부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중국 당국의 계산이 어떻게 먹힐지 주목된다. 중국 당국이 처음의 강경 진압 태도에서 일부 양보한 데는 크게 세 가지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는 홍콩인의 거센 반발이다. 홍콩 사태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여겨졌던 지난 8월 31일 시위에 처음엔 강경 대응했다. 입법회 의원과 학생 지도자 다수를 체포했다. 시위도 불허했다. 그럼에도 홍콩인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反)중 시위를 펼쳤다.

특히 8월 31일 타이즈(太子)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이 홍콩인의 큰 분노를 샀다. 최정예 경찰 ‘랩터스(速龍) 특공대’까지 투입해 시위대를 무차별 구타하는 모습이 TV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로 중계되며 홍콩인 전체를 격분시켰다.

41명의 부상자를 낸 이 진압 과정 중계는 초등학생까지 시위 현장으로 내모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중국의 분위기 조성 차원이다. 미국은 지금 중국 주위 곳곳에 불을 지르는 상황이다.

대만엔 무기를 팔고 남중국해에선 무력 시위 항행을 하며 홍콩 시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모두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중국은 홍콩 사태에서 양보했고 그 직후 미·중은 10월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을 갖기로 했다.

세 번째는 오는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거국적인 축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다. 홍콩에서 최루탄과 물대포, 화염병, 실탄까지 발사되는 건 70주년 경축 무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중앙일보

홍콩의 학생 리더 황즈펑이 지난 3일 대만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구하고 있다. 그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송환법 철폐 발표에도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시위대 5대 요구 중 하나를 양보하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홍콩 정부와 중국 당국이 노리는 건 무얼까. 케리 람 장관의 발표를 볼 때 투 트랙 전략이다.

체포와 대화의 병행이다. 법을 어기는 폭력 시위는 계속 엄단하되 홍콩 각계와 대화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홍콩 시위대 내 주장이 각기 다른 파벌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시위대 안에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급진파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요구하는 학생파, 송환법과 경찰 폭력 반대를 외치는 민간인권전선 등 다양한 세력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요구 사항 중 일부를 들어줘 시위대 분열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우산혁명 때도 같은 방법으로 시위를 잠재운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학생 중심의 용무파는 “시위대 내부가 갈라져도 어쩔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길인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위해서 계속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이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항쟁에서 보인 무력 투쟁을 줄일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홍콩에서의 과격 시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