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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입마개' 안해도 되는 50㎏ 대형견… 또 사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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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튜닝숍서 키우던 맬러뮤트, 여성 손님에 달려들어 목 등 물어

피해자 "너무 겁나 개집에 숨어… 아직도 사고 당시 소리 환청 들려"

年 2000여명 개물림 사고 겪는데 맹견 5종에만 '입마개 의무화'

입마개 대상 확대 목소리 나와

20대 여성이 자동차 튜닝숍에서 대형견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 새벽에 주택가를 배회하던 맹견이 집 안 거실로 침입해 70대 여성을 공격한 데 이어 또다시 대형견 개 물림 사고가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사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어 관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지난달 18일 오후 5시 40분쯤 충남 보령시의 자동차 튜닝숍을 찾은 이모(24)씨가 대형견에게 물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를 문 개는 무게가 50㎏에 달하는 알래스칸 맬러뮤트였다. 맬러뮤트는 맹견은 아니나 대형견에 속한다. 구미에 사는 이씨는 당시 친구와 함께 튜닝숍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맬러뮤트는 키 153㎝인 이씨를 순식간에 뒤에서 덮쳤다. 이씨는 경찰에서 "타이어에 묶여 있던 개가 달려들어 어깨를 눌러 넘어뜨린 뒤 목, 등, 어깨를 차례로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소리를 지르자 가게 직원들이 달려와 개를 떼어 놓았다. 이씨는 "너무 무서워 대형견이 쓰는 개집으로 도망쳐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덜덜 떨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튜닝숍 사장을 과실치상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고 사실을 언론에 알린 이씨 아버지는 2일 본지 통화에서 "얼마나 소름 끼치고 무서웠으면 사람이 개집으로 도망을 쳤겠느냐"며 "딸이 사고 이후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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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7명 정도가 개물림 사고를 당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19구급대가 개에게 물린 환자를 병원에 이송한 사례는 6883건에 달한다. 2016년 2111명에서 2017년 2404명으로 늘었다. 2018년에는 2368명이 다쳤다. 하루 평균 6.5명꼴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맹견 5종에만 입마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등이다. 맹견의 견주는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그러나 입마개 의무화 대상이 아닌 대형견에게 사람이 물리는 사고가 잇따라 생기면서 입마개 의무화 견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30대 남성이 대형견 올드 잉글리시 십독에 중요 부위를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몸길이 95㎝의 대형견 두 마리가 문 앞에 있던 남성의 급소를 물었다. 그대로 고꾸라진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4곳을 꿰맸다. 견주는 목줄은 채웠으나 입마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견주는 경찰에 "제 개들은 순둥이라서 그전까지는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5일 경기도 수원시 한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알래스칸 맬러뮤트에게 얼굴을 물렸다. 아이는 얼굴이 2㎝ 찢어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7월 대구 달서구에서도 공원 산책에 나섰던 60대 여성이 대형견 보더콜리에게 허벅지를 물리기도 했다.

수의사인 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 회장은 "견주들은 자신의 반려견이 언제든 낯선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입마개 의무화 견종을 맹견 5종으로 둔 현행법을 개정해 범위를 넓히고, 견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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