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소미아 상관 없다지만 시기 미묘 '기싸움'
방위비분담금 놓고 美 압박 나섰다는 분석도
"동맹보다 국익이 먼저"…美에도 할말은 한다
일각선 한미동맹 균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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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결정 이후 미국이 연일 한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미국이 민감해 할 수 있는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맹국이라도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동맹 파열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이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기지 80개 중 현재까지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남아 있다. 남은 26개 중 19개는 반환 절차 개시를 협의 중이지만 7개는 반환 절차 개시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계속 진행이 돼오던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용산기지의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개시하고, 원주·부평·동두천 지역의 4개 기지(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마켓, 캠프 호비사격장)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반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원주 등의 경우 장기간 기지 반환이 지연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고려됐다.
한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추진해왔음에도 미뤄지고 있는 이유는 환경정화 비용 문제 때문이다. 통상 미군기지가 있던 곳은 오·폐수나 독성 물질 등이 토양에 남는다. 미국 측은 2003년 이후 주한미군이 반환한 기지의 환경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단 주한미군 기지 반환 절차가 시작되면 한국이 환경정화 비용을 부담하지만, 추후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이를 분담하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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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청와대가 갑자스럽게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놓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이다. 건설비와 군수지원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분담금(1조389억원)보다 6배나 많은 금액을 다음 협상에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도 한국 국방예산 50조4000억원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인 만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청와대로서는 기지 반환 지연으로 한국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를 협상 수단으로 삼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GSOMIA 종료 결정 이후 한국에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표출하는 미국을 향한 압박성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최근 공개적으로 "한국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은 '사전에 이야기가 됐다'는 우리 청와대의 발언도 부인하면서 한미동맹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미국에 실제 '압박'까지 하려는 의도는 없더라도 적어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는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익이 동맹보다 중요하다는 청와대의 최근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29일에도 한미동맹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의 이 같은 공세적 행동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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