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본이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조치를 철회하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화해의 손짓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미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일본 측에 서면으로 통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종료 결정을 철회하면 지소미아가 다시 연장되는 것일까?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2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료 의사를 이미 일본 측에 통보했지만 아직 최종 종료일까지는 90일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 동안에 양측이 협의해 조정하면 연장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소미아 협정에는 '종료' 통보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종료 철회'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 총리가 언급한 종료 철회에 대한 규정은 현재 근거 조항이 없는 게 맞는다"면서도 "두 나라간 외교 조약이기 때문에 외교적 협의만 이뤄진다면 재조정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국이 의지만 있다면 다시 연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제는 양국 모두 지소미아 연장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실효성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소미아의 효율성에 대한 질문에 "한·일 간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 있어서 그렇게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대응"이라며 압박만 할 뿐, 한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지소미아 연장에 다른 조건을 걸고 있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에선 자신들이 그동안 제공한 정보에 대해 한국 쪽에서 '효용성이 없는 정보'라고 박한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상호주의에 따라 체결한 조약을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종료했는데, 이를 철회하겠다고 해서 상대국이 바로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한·일 갈등의 원인이 한국 정부의 신뢰 훼손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청구권 협정을 어겨서 갈등이 발생했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라면서 "아베 내각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같은 프레임으로 묶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진 수석연구위원은 "핵심 중재자인 미국도 지소미아 결정을 내린 한국보다 일본을 옹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 총리의 발언을 보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철회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있다. 일본에선 반대로 '한국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내세울텐데 이 과정이 90일 내에 이뤄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인 이 총리를 통해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출구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 매듭짓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