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G7 정상들 "우리도 돕겠다", 교황 "화재 통제되기를"
외신 "中수출용 소고기·콩 재배 위한 개발이 화재 원인"
세계 이산화탄소의 25%를 산소로 바꾸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3주째 거대 불길 속에 휩싸이면서 전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아마존의 면적(690만㎢)은 미국의 4분의 3, 한국의 70배에 달한다. 이 곳에서 일어난 불로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까지 번질 우려가 커지자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 국가 정상들은 급속도로 번지는 화재 진화와 복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뒤늦게 7개주(州)에 4만4000명의 군대를 투입시켰다.
아마존 밀림에서 산불이 일어난 지 3주 가까이 흐른 가운데 지난 25일 브라질 파라 주 북부 노보 프로그레소 내부도 모두 불에 탄 모습. /연합뉴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를 기후변화의 시급한 과제로 다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각국 정상들이 브라질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해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여기에는 기술적인 지원과 재정적인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으로 독일과 다른 나라들이 브라질을 설득해서 화재 진화 후 복원 작업까지 진행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마존은) 브라질의 영토이기는 하나, 아마존 우림은 지구 전체의 문제이며, 허파에 해당되는 곳"이라며 "공동의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발언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를 당사국 참여 없이 G7에서 논의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식민지 시대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전 지구적인 재앙이라고 선언하면서 이 문제를 G7의 주요 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계속해서 어기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브라질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마존 화재 대처를 메르코수르와의 FTA와 연계하는 것은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브라질 아마존 우림지역이 지난 20일 산불 발생에 따른 연기로 덮인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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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는 뒤늦게 군 병력을 투입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아마존 열대우림을 낀 북부와 북동부 7개 주에서 벌어지는 산불 진화 작업에 군 병력 4만4000여명 동원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군병력이 동원되는 지역은 호라이마·혼도니아·토칸칭스·파라·아크리· 마투 그로수·아마조나스 주 등이다. 브라질 경제부는 산불 진화작업을 위해 3850만헤알(115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필요한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대처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만약 미국이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를 도울 수 있다면 우리는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마존 산불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은 이날 일요 삼종기도를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모두가 아마존 산불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녹색 삼림은 지구의 존속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아마존 산불이 조속히 진화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이례적으로 장기화 되고 있는 원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을 지목하는 의견도 있다. 보복 관세로 미국산 대두와 쇠고기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중국이 브라질로 수입선을 일정 부분 변경하면서 개간과 방목에 따른 황폐화로 화재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연구원인 호물로 바티스타는 "방대한 목축 산업은 아마존 황폐화의 주원인"이라며 "아마존에서 숲이 사라진 곳의 65%가 방목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으로 지난해 164만톤을 수출했다. 브라질 육우 수출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최대수입 국가이고 이집트, 유럽연합(EU) 등도 주요 고객이다.
AFP통신은 또 브라질의 주요 작물인 콩도 밀림을 황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콩 수출 규모는 8330만톤으로 전년보다 22.2% 증가했다. 브라질산 콩의 최대 고객 역시 중국이다. 미국도 콩 수입의 상당 부분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브라질 콩 수입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수입선에 변화가 생기면서 지난해 30% 가까이 증가했다.
한편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출범한 뒤, 아마존에서는 크고 작은 산불 피해가 늘고 있는 추세다.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 연구소(Ibama)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7만28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적발된 환경 훼손 행위에 대한 벌금은 지난해보다 29.4% 줄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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